인권위,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인권 실태조사
"발전소 터빈 청소시키면서 안전교육 없고 안전모도 안 줘요"
태안화력 점검하는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들4월 3일 '석탄화력발전소 특별 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들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발전소 청소라고 해서 사무실 청소하는 줄 알고 왔는데 40∼50도 고열이 나고 석탄 가루 떨어지는 공장을 청소하는 거였어요. 안전교육도 없이 장갑하고 마스크 하나 덜렁 쥐여주고 청소하래요. 알고 보니 터빈 청소였는데 안전모도 없었어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노동자로 일하던 고(故)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1년이 됐지만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오후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리는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 앞서 공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5개 발전공기업 내 간접고용 노동자 수는 약 4천600명이다. 전체 노동자의 27.0%에 해당한다.

그러나 2014∼2018년까지 5개 발전공기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327건) 사상자(334명)의 대부분이 하청노동자(326명)였고, 산재 사망자(20명)는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맡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산재 사고의 주된 희생자가 된 것이다.

 

또 석탄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대부분이 '연기, 배기가스, 가루나 먼지(광물분진 등)'와 '심한 소음', '수공구, 기계 등에 의해 발생하는 진동'에 노출되는 시간이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넘는다고 응답했다.

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중 '현재 본인이 일하는 장소가 건강이나 안전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82.8%(424명 중 351명)였고, '현재의 업무가 본인의 건강이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84.5%(425명 중 359명)였다.

이들은 임금이나 휴가사용 등 기본적 처우뿐만 아니라 업무를 위한 필수장비, 보호장구, 물리적 작업 공간 측면에서도 원청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4년 차 하청업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3천371만원으로 같은 기간 근무한 발전공기업 직원 평균 연봉(4천927만원)의 68.4% 수준이었다. 또 15년 이상 근무한 하청업체 직원의 연봉은 5천255만원으로 같은 기간 근무한 발전공기업 직원(평균 8천812만원)의 59.6% 수준에 그쳤다.

'지난 12개월 동안 몸이 아픈데도 나와서 일을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발전공기업 직원은 56.4%만 '있다'고 답했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는 69.6%가 '있다'고 응답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74.2%는 '사업장 내에 정규직,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 간 불공정한 차별이 있다'고 느꼈다.

실태조사 결과 하청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에는 컨테이너로 된 휴게실이 있지만, 휴게공간이자 식사공간으로 이용됐고, 크기도 좁아 여러 노동자가 한꺼번에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또 샤워실은 좁고, 작업장소에는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을 가려면 사무실까지 가야 했다.

인권위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안전한 노동환경은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하청 노동자들의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노동환경의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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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11 12: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