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북부 5개 시·군 실태조사…열악한 기업 환경 복합 작용
50% 이상 계약서도 못 받아…경기도, 지원센터·감독강화 검토

경기북부 섬유·염색산업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3명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절반이 넘는 노동자는 근로계약서도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는 섬유·염색산업계의 열악한 경영조건과 소규모 산업체 위주의 구성, 저조한 노동조합 조직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근로감독권 확대와 지역 내 노동자 지원센터 건립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도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의정부와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 등 경기북부 5개 시·군 섬유염색 산업 노동자 40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의정부 용현공단과 동두천일반산업, 양주검준산단, 포천양문산단, 연천 청산대전공단 등에서 일하고 있다.

조사결과 경기북부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노동권익을 보호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내국인은 10명당 3명꼴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어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하는 외국인보다 근로계약서 작성비율이 낮았다.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실태를 묻는 질문에 답변한 303명의 노동자 중 38명(12.5%)은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50명(16.5%)은 아예 구체적인 계약조차 없었다고 답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나머지 215명 중 절반이 넘는 119명의 노동자도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이미 회사가 작성한 계약서에 서명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외국인의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90%, 99명 중 90명 작성)보다 낮은 수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계약 후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153명으로 응답자 301명의 50.8%를 차지해 2명 중 1명은 근로계약 내용을 알지 못하고 이로인해 부당한 노동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한 사례는 대체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20대(38.9%)와 40대(37.3%)는 30대(52.2%)와 50대(49.5%)보다 상대적으로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한 비중이 적었다. 60대 이상은 전체 응답자 28명중 무려 75%인 21명이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례조사에 참여한 한 근로계약서 미교부 노동자는 "회사에서 근로계약서에 싸인하라고 하더니 그냥 가지고 갔다. 나도 1부 달라, 보여 달라고 했더니 죽어도 안된다고 해 노동청에 진정을 넣어 몇 달만에 얻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취업규칙 게시 여부도 전체 참여자 293명 중 77명만이 인지하고 있었다. 근로기준법 상 취업규칙은 상시 10인 미만 사업장이 아닌 경우 노동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비치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24.1%인 74명에 달했다. 최저임금 미만자는 양주와 동두천 지역에서 다수 발견됐으며, 성별은 남성이 더 높았다.

보고서는 이같은 현상의 이유로 ▲소규모 사업체 위주로 인한 사용자의 낮은 노동법 인식 수준 ▲적은 노조 조직률 및 노동자의 규모 ▲지역색채에 따른 노동우호적인 시민단체 활동 등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역 내 노동자 지원센터 건립 ▲노동법에 대한 교육·홍보 ▲근로감독 강화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지원 정책 도입 ▲유급휴가 및 복지시설(휴게시설) 지원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복지체계 구축 ▲특구화를 통한 준공공적 고용서비스 제공 등을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 보고회는 섬유염색 산업 노동자들의 권리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는 자리"라며 "이를 계기로 관련업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긍정적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