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연탄은행 자원봉사 2010.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1994년 안도현은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서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물었다. 나 또한 자신을 바라보며 '넌 누구를 위해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되묻곤 한다. 그리고 그 화두는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가치가 되었다.

외환위기가 끝나고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진 2002년 강원도 원주에서 허기복 목사가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탄봉사 기관인 연탄은행이 문을 열었다. 이후 2007년 1월29일 인천시 동구 송현1·2동사무소에서 사랑의 연탄은행 19호점인 인천연탄은행이 개원했다.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인천연탄은행밥상공동체'란 이름으로 연탄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연탄은행은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인천의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주민들에게 연탄지원을 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가정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배달지원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맞아 여기저기서 출판기념회가 이어지고, 후원자들과 후원금이 몰리지만, 정치와는 먼 연탄은행의 기부와 후원은 예년보다 못하다고 한다. OECD가 발표하는 노인빈곤율 통계에서 대한민국은 매년 상위권을 맴돈다. 가난한 이들이 사용하는 최소한의 겨울 난방용품인 '연탄'도 마음대로 때지 못하는 그들에게는 지금 이 겨울이 혹독하다. 누군가의 집 방구들을 따뜻하게 덥히고, 한겨울을 나게 하는 믿음직한 연탄을 가득 쌓아놓고 김장을 마치면 아버지는 한겨울 준비는 다했다고 얘기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추운 이 겨울, 다시 한 번 물어본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지?'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