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건축사회 중구에 새둥지
제물량로 옛 '우정일식' 건물 매입 회관 탈바꿈
철재 구조물 제거 등 1932년 모습 재현에 역점
개항장 일대 근대 건축물 연계 '문화거점' 기대
내일 개관식 … 백서 포함 관련 연구자료도 배포
▲ 불 밝힌 인천시건축사회관의 모습.

▲ 전시관이자 회의실 공간으로 사용 예정인 인천시건축사회관 2층. /사진제공=인천시건축사회

▲ 류재경 인천시건축사회장.

▲ 인천시건축사회관 전경.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요즘,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과 신포 사거리를 잇는 제물량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건물이 불빛을 훤히 밝히고 있다.

1932년에 세워진 지상 2층 목조 건물을 다듬어 새로 들어선 대한건축사협회 인천시건축사회관은 밤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오징어 배처럼 남다른 존재감이다.

인천항 내항과 맞닿아 있는 제물량로 일대는 밤이면 어두컴컴한 동네였다.

차이나타운, 개항장거리, 신포국제시장까지 중구 원도심에 주말마다 관광객들이 몰려도 바닷길 옆으로 난 이 도로는 시내 외곽이다 보니 사람 발길이 뜸했다.


▲건축물 역사를 존중한 새 주인, 동네 롤모델 될까

인천시건축사회가 얼마 전, 중구 제물량로 203-1에 위치한 우정일식 건물을 사들였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던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최근까진 우정일식이었지만 지난 1932년 전형적인 일본 건축양식 외관으로 지어져 해방 무렵까지 선구점, 질소 카바이트 판매점 등으로 쓰였던 건물이 어떻게 재탄생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그 첫 번째이고, 해당 변화 주체가 인천지역 건축사들이 모여 있는 인천시건축사회였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다.

인천시건축사회는 업무 성격에 맞춰 기존 시설을 현대적 시선에서 뜯어고치기보다 허물어질 수도 있었던 건축자산을 지키기로 했다.

목조 건축물 외벽에 어설프게 붙어 있던 철재 구조물을 다 뜯고선 1932년 완공 당시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했을 정도다.

르네상스 디자인에 일본 건축양식을 접목한 근대 목조 건물은 지금 보기에도 멋스럽다.

인천시건축사회 관계자는 "리모델링 전에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도움을 받아 초창기 완공 모습이 찍힌 사진을 구할 수 있었다. 건물 외관은 물론이고 유래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며 "그동안 두 차례 화재로 지붕 목조트러스가 타기도 했지만 이를 제거하기보다 보강목을 대면서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려고 했던 전 건물주들 노력이 있어 지금의 리모델링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손장원 교수 연구 덕분에 이 목조 건축물은 일제강점기 때 '이케마츠 상점'과 '선구점' 등으로 쓰이다가 해방 후 '조선미곡창고' 사무실로, 그 뒤 '우정일식당'까지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천시건축사회관 따라 오래된 목조 건축물들, 원도심 되살릴 문화 유산되나

인천시건축사회관뿐만 아니라, 그 옆으로 중구 제물량로 201-1, 201에는 항만을 배경으로 세워졌던 회사 건물들이 당시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당시 쿄도(協同)해운회사, 야마구찌(山口)운송회사 등이 지은, 마찬가지로 근대 목조 건축물이다. 원래는 5개 건물이 한 블록에 나란히 있었지만 그중 2개 건축물은 헐려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도권 관문 항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천항의 태동기 당시, 항만 주변으로 모여든 다양한 산업 상이 남겨진 건물마다 담겨 있는 셈이다.

선박으로 운반되는 화물을 취급하던 물류업과 하역업, 운송업과 창고업, 선박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파는 선구 판매업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인천 개항장 일대에 근대 건축물이 군락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몇 곳 없는 상황에서 향후 개방될 1부두와의 관련성은 물론 인천중동우체국, 인천문화재단과 같은 블록에 있어 문화거점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높은 장소"라는 게 손장원 교수 설명이다.


▲11일 인천시건축사회관 개관식

인천시건축사회는 오는 11일 인천시건축사회관 개관식을 연다.

회관 건축백서를 포함해 관련 건축연구자료를 배포하는 데 더해 연말연시를 맞아 직원들과 함께 모은 300만원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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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류재경 인천시건축사회장

"단독회관 건립 숙원사업 해결 … 역사적 가치까지 살려 더 의미"

"시민들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조성"


대한건축사협회 인천시건축사회는 지난 10년 동안 머물렀던 남동구 간석동 사무실을 떠나 최근 중구 항동 제물량로에 위치한 1932년생 근대 목조 건축물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 1982년 경기도건축사회에서 독립하면서 시작한 인천시건축사회 37년 역사에서 옮겨 다닌 사무실만 모두 6곳.

지난 2004년부터 조직 내 '인천시건축사회관 건립위원회'가 운영됐을 정도로 단독회관 건립은 인천시건축사회 입장에서 숙원 사업이었다.

87년 전, 르네상스 디자인에 일본 건축양식을 접목해 세운 고건물에 올 12월 회관을 마련하며 그 한을 푼 셈이다.

겉에서 보기엔 고즈넉하고, 안에서 보면 멀끔한 사무 공간으로 재탄생한 회관에서 만난 류재경(사진) 인천시건축사회 회장은 "적당한 땅을 사서 적당한 오피스 건물을 지으려고 했으면 진행 과정은 순탄했겠지만, 해당 건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스토리를 생각한다면 이번 단독회관이 갖는 의미는 몇 배로 커진다"며 "올해 87세가 된 건물이 앞으로 100세 넘어까지 장수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건축사회는 건물 리모델링이 일대 원도심 활성화에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나눌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나누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는 "연면적 330.63㎡ 2층 건물 중 1층은 사무국과 북카페로, 2층은 대회의실과 전시장으로 꾸며 건축사 회원들은 물론이고 민원인들에게도 항상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사무실 용이성보다는 최대한 원형을 초창기 건물 모습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관을 꾸미는 동시에 내부는 철골구조로 바꿔 보강했다. 특히 불이 났던 흔적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건물이 살아온 세월을 온전히 담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 자리한 인천시건축회관 주변으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개항기 당시에 지어진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많다. 고건물 원상복귀가 상업 용도에 더해 관광 측면에서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선례가 돼 일대 원도심 골목에 활력을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