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 있는데 소방시설 규정없어
지난 8일 오후 2시 인천 미추홀구 한 키즈카페.

290㎡(90평) 남짓한 실내에서 20여명의 어린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었다.
한쪽에선 부모들이 테이블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돈가스나 가락국수, 떡볶이를 먹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 키즈카페는 조리실을 갖춰 놓고 볶음밥류 등 16개의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위험이 있는 취사도구를 다루는 장소임에도 정작 소화기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실내와 맞닿은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만 비상구가 있어 비상 상황 발생 시 어른들과 뒤엉킨 아이들이 크게 다치거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인천지역에서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키즈카페가 화재에 속수무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기준 영업장에서 음식을 판매 중인 키즈카페는 전국 860곳이었다. 이 중 인천은 51곳으로 대구(33곳)와 부산(25곳) 보다 많았다.

대다수 부모들은 어린 자녀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키즈카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취사도구를 보관·관리하거나 조리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들이 몰려 있는데다 스티로폼과 고무 등 가연성 자재를 사용하는 업종 특성상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키즈카페가 신규 업종인 탓에 별도의 소방시설 설치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소방청은 키즈카페 등 법령상 규제 근거가 미흡해 소방안전관리가 어려운 업종에 대해 전달 30일부터 인천과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화재위험평가를 시행 중이다. 업종별 특성과 그에 따른 화재 위험을 평가해 위험성이 큰 경우 다중이용업으로 지정·관리할 방침이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키즈카페에서 화재 발생 시 병목 현상이 생기면 아이들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양방향 피난로'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아울러 아이들이 많아 시끄러울 수 있는 것을 고려해 화재 경보 시스템을 '시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