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통행로등 곳곳 단절
근대 역사 연천역 사라질판
연천군 부작용 해결 속앓이
연천군이 동두천~연천 복선전철 사업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향상하고 도시 역사 가치를 높이려는 사업인데, 정작 통행로가 군데군데 끊기고 근대 역사 시설인 연천역은 철거되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9일 군에 따르면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동두천에서 연천까지 총 20.8㎞를 잇는 복선전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의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 2014년 10월 착공에 들어간 이 사업은 현재 용지보상 99%, 노반(철도 궤도를 부설하기 위한 토대) 공사는 60%까지 이뤄졌다.

올 연말엔 연천·전곡역사 설계가 끝나고, 내년엔 초성리·소요산역 설계를 진행한다.

문제는 이 사업이 수도권 전철망을 연결해 주민 통행·생활권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공단이 수립한 실시계획대로 복선 전철을 건설하면 주민들이 다니던 망곡공원~군청 앞 구읍 건널목 구간이 끊긴다.

또 옛 연천어린이집~연천고등학교까지 총 1.94㎞에 있는 건널목 4곳도 모두 폐쇄된다.

상황이 이러자 군은 이 일대에 고가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도로 간격이 좁고, 망곡천이 흐르는 지역 특성 탓에 설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인근 주민들이 복선전철 사업 뒤 통행로 없이 철길을 그냥 건너다녀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무엇보다 근대 역사 시설물인 연천역도 사라진다.

1912년 7월25일 건립한 연천역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거점역이었다.

1945년 해방 뒤엔 북한 경원선의 종점으로 한국전쟁을 위한 전초기지였다.

한국전쟁 이후 되찾은 근대 청도 역사 시설물이다.

등록문화제 45호인 급수탑과 한국전쟁 당시 총탄의 흔적이 남은 급수정도 이곳에 있다.

이에 군은 지난 4월 공단에 연천역 존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미 2017년 11월 실시설계(변경) 승인이 끝난 상태라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연천역은 복선전철 사업 과정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군 관계자는 "주민들 편하자고 추진하는 사업인데, 되레 일부 주민들은 큰 피해를 입게 생겼다.

또 근대 역사 시설물도 잃는다"며 "이대로 사업을 진행하면 지역 내 구간 단절과 도시 확장성도 저해된다.

공단과 다방면으로 논의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천=김태훈·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