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작가회의 소속 시인·소설가 작품집 출간
▲ 인천작가회의 강성남 등 32인 지음, 다인아트, 208쪽, 8000원.

 

▲ 인천작가회의 유영갑 등 8인 지음, 다인아트, 302쪽, 1만3000원.


인천작가회의 소속 시인들과 소설가들의 작품을 모은 시선집 <그리고>와 소설선집 <봄비 내리는 날>이 출간됐다.

<그리고>에는 심명수 시인을 비롯해 고철, 금희, 김네잎, 김림, 휴명, 문계봉, 박인자, 신현수, 이병국, 이설야, 이종복, 정세훈, 천금순 등 32명의 작품 96편을 실었다.

이 시집의 특징은 사적 사유의 근간이랄 수 있는 지역적 토대를 바탕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32인의 시인들은 인천이라는 공간이 지닌 지역적, 역사적 측면에 대한 사유와 그곳에서 경험하고 있는 일상과 삶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선을 시로 형상화했다. 또 지금 이곳의 사회적 갈등 현장에 대한 문제제기의 목소리를 개진하기도 하고 단독자로서 존재하는 인간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이 시집은 "더러는 금이 가고 더러는 조각나는"(정세훈, '부평4공단') '우리'의 곁에 놓인 '그리고'라는 연결어를 통해 시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강고한 세계와 유연한 삶이 맞부딪혀 생긴 균열의 지점에 길을 놓는 시선들을 통해 인천이라고 하는 지역이 시인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사유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단편집 <봄비 내리는 날>의 표제작 유영갑의 '봄비 내리는 날'은 북한이탈주민인 동수는 남한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인신매매범에 의해 팔려간 동생을 그리워하는 이야기이다. 이상실의 '학교에 온 삼대'는 남북한의 이념적 군사적 대립 상황에서 납치당한 인물의 행적이 서사의 중심이다.

조혁신의 '벌레-지옥에 사는 사람들'은 '노가다'라고 부르는 건설현장에서 밑바닥 삶을 사는 어느 노동자의 사랑과 욕망, 좌절감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김경은의 '나타나다'는 부모의 차별과 희생으로 불편함과 무심함이 다음 세대에 이어지면서 해소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황경란의 '소년은 알지 못했다'는 아버지의 폭력을 증오하면서도 닮아가는 소년의 성장기이자 아버지에게 복수할 날을 기다리는 소년의 기록이다.

박정윤의 '아미타 당신-1'은 1970년대 후반 철도관사를 배경으로 관사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했다. 홍명진의 '마지막 산책'은 막내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생의 의미를 상실한 노부부의 인생 막판을 그렸다. 최경주의 '산불'은 어느 노동자의 슬픈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소나기와 불과 연기가 엉킨 계곡에서 죽은 자를 위해 또한 살아남기를 위한 처절함을 담았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