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수 인천 계양소방서장

 

날씨가 추워지자 겨우내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김장이 한창이다. 김치냉장고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김장독을 땅에 묻고 김치를 저장했지만,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그 기능과 역할을 대신한다. 김치냉장고는 편리하지만 항상 화재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만약 집안에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김치냉장고에서 불이 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불안하다.

지난 9월13일 서구 계산동의 한 빌라에서 아무도 없는 낮에 제조된 지 14년이 넘은 김치냉장고 화재가 발생해 가재도구가 불타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계양소방서 관할 구역에서만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모두 특정회사 제품으로 화재 원인 조사 결과 냉장고의 PCB 기판에서부터 불이 시작되는 일정한 패턴이 관찰됐다. 이 모델은 2002년에만 약 140만대가 팔린 인기 제품이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김치냉장고에서 발생한 화재는 783건으로 한 달 평균 22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1명과 부상 44명, 재산피해도 56억원에 달한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김치냉장고 화재 역시 96.5%가 10년 이상 오래된 제품에서 발생했다.

김치냉장고에서 자주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김치냉장고의 구조적 특성을 들 수 있다.

2008년 이전에 생산된 뚜껑식 김치냉장고는 김치 숙성을 위해 온도를 제어하고 히터에 상시 전원을 공급하는 릴레이 소자가 제품 하단부 PCB 기판에 부착돼 있다. 대부분의 화재는 릴레이 소자의 자체결함이나 이곳에 먼지나 습기가 흡착돼 전기 흐름을 왜곡시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냉장고 외장은 우레탄폼과 같은 가연성 단열재가 들어 있어 불이 나면 쉽게 연소가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관리상 문제점으로는 김치냉장고는 구입 후 고장이 없는 한 청소나 정기점검을 받지 않아 상시전원이 공급되는 부품의 피로도가 증가, 열이 발생하며 오동작을 일으킬 수 있다.

설치장소도 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 고정용 소방시설이 없는 베란다에 주로 설치하는 탓에 화재 시 신속한 감지와 자동소화가 어렵다. 10년이 넘은 김치냉장고의 화재는 제조물책임법에 의한 배상도 받지 못한다. 2000년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은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품 구입 후 10년으로 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치냉장고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로 구입한지 10년이 넘는 김치냉장고는 하루빨리 전문가의 정밀점검을 받아야 한다. 현재 W사는 2005년 이전에 생산된 김치냉장고에 대해 점검과 함께 문제가 되는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해 주고 있다. 두 번째로 김치냉장고 설치 시 먼지나 습기가 많은 곳은 피하고 가급적 스프링클러나 감지기가 설치된 곳에 둘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일반적으로 김치냉장고 권장 안전사용 기간 7년을 넘긴 제품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정기점검을 받아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치냉장고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규정된 누전차단기 및 접지단자 콘센트를 사용하고 창문이나 가구 등에 의한 전선이 압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재 예방은 불이 날 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시작된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습관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