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추위가 누그러지자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하는 '삼한사미' 현상이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화하면서 바람이 수그러들고 온난한 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홈페이지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하루 평균 농도는 45㎍/㎥로, '나쁨'(36∼7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36㎍/㎥), 대구(39㎍/㎥), 경기(49㎍/㎥), 강원(36㎍/㎥), 충북(48㎍/㎥), 충남(38㎍/㎥), 세종(44㎍/㎥)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나쁨' 상태다.

 

지난주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는 맑은 하늘이었다가 추위가 풀려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아지자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셈이다.

시쳇말로는 이 같은 현상을 '삼한사미'라 부른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에 따라 겨울철 사흘은 춥고 나흘은 비교적 따뜻하다는 '삼한사온'에 빗대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에서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 같은 표현은 근거가 아예 없는 말이 아니다.

국내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 상승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빚어지는데, 두 원인 모두 기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첫 번째는 차가운 북쪽의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면 국내 기온이 온화해져 우리나라 상공에 고기압이 오래 머물 때인데, 이때에는 바람이 수그러들고 대기 정체가 빚어지면서 국내 배출원으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비교적 온화한 남서풍, 서풍이 불어올 때다. 이 경우 중국 등 국외 요인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 상승은 두 요인 모두 섞여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한파가 서서히 물러가면서 토요일인 7일 오후부터 기온이 오르고 바람이 잦아들며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남서·서풍이 불어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하며 대기 질이 탁해졌다는 것이다.

맑은 하늘은 11일까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일에는 인천, 경기 북부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온난한 기온이 이어지며 미세먼지가 쌓인 상태로 대기가 정체한 상황에서 10일 새벽부터 남서, 서풍 기류를 따라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가 불어올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11일 늦은 오후 강하고 빠른 북서풍이 밀어 들어오면서 모레까지 쌓여 있던 미세먼지가 해소되고 12일부터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늘이 맑아지면 기온은 소폭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2일에는 서울 기준으로 예상 최저기온이 -3도, 최고 기온은 4도로 10일(최저 4도, 최고 11도), 11일(최저 7도, 최고 9도)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평년 기온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겠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