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곳 임금체불…고용노동부 "노동자에게 공무원 수당 규정 잘못 적용"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세운 A 기관은 소속 노동자의 연장근로시간 가운데 월 20시간 초과분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B 기관은 월 연장근로수당 상한액을 40만원으로 정해놓고 그 이상의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수당을 안 줬다.

고용노동부는 두 기관이 각각 1억2천여만원, 1억3천여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고 보고 시정 지시를 내렸다.

노동부는 올해 10월 21일∼11월 15일 광역지자체 출자·출연 기관 43곳을 대상으로 벌인 수시 근로감독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은 지자체가 자본금 전액이나 일부를 출자·출연해 설립한 주식회사나 재단법인을 가리킨다. 지자체가 세운 컨벤션센터, 연구원, 문화회관 등으로, 전국에 553곳이 있다.

노동부는 근로감독 대상 기관 43곳에서 모두 20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200건에 대해서는 시정 지시를 했고 3건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임금 체불 규모는 17억여원에 달했다. 체불 임금은 연장근로수당(12억원)이 가장 많았고 연차휴가수당(4억원)이 뒤를 이었다. 임금 체불이 적발된 기관은 37곳으로, 근로감독 대상 기관의 86%나 됐다.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 소속 노동자는 공무원이 아닌데도 공무원과 비슷한 수당 규정을 적용해 연장근로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기관이 32곳에 달했다. 공무원은 시간외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근무시간이 제한돼 그 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연차휴가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기관은 9곳이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못 쓴 휴가에 대해서는 보상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3개 기관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해 적발됐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식대를 주지 않는 등 차별 대우를 한 기관도 4곳이었다.

노동부는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은 전반적으로 인사·노무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부 기관은 설립 때부터 공무원 수당 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노동관계법에 따른 인사·노무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내년에는 이번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노동관계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분야를 발굴해 선제적으로 근로감독을 한다는 게 노동부의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