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동 수변상가 '라베니체'
임대료 비싸 점포 절반 '텅텅'
손님 끌 아이템·시설 등 부족
도시철 개통후 이용객 '썰물'
김포한강신도시 특화지구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니스를 본 떠 만든 장기동 수변상가 '라베니체'가 체면을 구기고 있다.

비싼 임대료로 인해 특화거리를 형성할 상가들의 입점 기피, 이용인구 유도를 위한 시설과 아이템 부족에 최근에는 도시철도 개통으로 그나마 찾던 공휴일 이용객마저 줄고 있어 상인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8일 시에 따르면 라베니체는 폭 15m, 길이 850m의 인공 수로변 14만8663㎡에 조성된 '인간과 자연이 친화적인 베니스와 같은 공간'이란 의미의 한강신도시 수변상업지역 브랜드다.

LH가 한강신도시 개발개념인 수로도시(Canal City)를 대표하는 전국 최초의 쇼핑과 문화공간을 갖춘 수변상업시설로 만들겠다고 계획된 라베니체는 2012년 12월부터 공급이 시작됐다.

총 39필지 가운데 지금까지 8회 차가 분양됐지만, 건물이 들어선 상가 절반 정도가 비어있다.

720만원에서 1200만원에 이르는 평당 공급 가격으로 인해 인근 지역보다 비싼 임대료로 상권 형성이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를 가로질러 놓인 인공수로의 수질 문제는 상권형성을 더욱 더디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증금과 임대료까지 낮추고 계약 후 임대료를 몇 달간 내지 않는 '렌트프리'까지 등장했지만 빈 상가의 주인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개통된 도시철도는 라베니체의 손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2년째 이 곳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공휴일에는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위한 가족단위 손님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장기동 인근 지역인 운양동, 사우동, 풍무동 지역에서 도시철도를 이용하면 1~3개 정거장만 이동하면 라베니체보다 상대적으로 상권이 발달한 구래동과 대형 쇼핑몰이 있는 김포공항 상가를 이용할 수 있다.

김포시가 최근 발표한 도시철도 이용현황을 보더라도 공휴일 도시철도 예상 이용객이 평일 예상 이용객보다 많았다.

이에 따라 올 4월 미혼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상가를 돌며 만남의 날 행사까지 열었던 시가 내년에는 라베니체 수로에 카누 등 보트를 띄운다는 계획이지만 상가 활성화에 얼마큼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A씨는 "시설 투자도 좋지만, 기장 시급한 것은 수질 개선과 함께 진짜 베니스처럼 이용객이 언제 어디서나 보고 즐길 수 있는 벼룩시장과 거리공연 상설화 등의 지원책 마련"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수질 개선과 경관조명, 특화거리 재정비 등의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의회와 상인은 물론 시민들도 라베니체 활성화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해 관련 기관마다 이용인구 증대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포=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