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서 미국 비디오 아티스트 '게리 힐' 개인전
▲ 게리 힐 '관람자 Viewer' /사진제공=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전경/사진제공=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전경/사진제공=수원시립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는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게리 힐의 개인전 '게리 힐: 찰나의 흔적'이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2, 4, 5 전시실에서 2019 국제전 '게리 힐:찰나의 흔적 Gary Hill: Momentombs' 전시를 내년 3월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부터 2019년 신작까지 아우르는 회고전 성격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게리 힐(Gary Hill·68)은 조각가로 활동하다 1970년대 초 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영상과 텍스트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1992년 제9회, 2017년 제14회 카셀 도큐멘타 등의 국제전에 참가했으며 영상과 설치 미술로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을 규정하는 핵심요소인 언어와 이미지 그리고 인간이 바라보는 이미지와 인간이 속해있는 공간의 형태 등에 가해지는 물질적인 조작과 상호작용하는 작품관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가운데 2층 전시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약 14m의 영상 작품 '관람자Viewer'는 노동자 17명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무의식적인 움직임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과 작품 속 주인공인 노동자는 서로를 응시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로 인해 관객은 그 사이에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게 되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 다른 작품 '나는 그것이 타자의 빛 안에 있는 이미지임을 믿는다'에서는 4인치 흑백 모니터와 렌즈가 설치된 일곱 개 원통형의 튜브들이 구성돼 있다. 한 무더기 책들 위로 천장에 매달린 튜브들이 각각 다른 높이로 내려와 있고 유일한 광원은 펼쳐진 책장 위로 비춰지는 이미지뿐이다. 이미지들은 크기가 각각 다른 책 크기들에 맞춰져 있으며 두 개의 얼굴, 두 개의 몸통, 두 개의 몸, 입, 손가락, 텍스트, 손들 그리고 의자 하나로 구성된다. 비디오가 비추는 텍스트들은 모두 모리스 블랑쇼의 '최후의 인간'에서 가져온 발췌문들로, 움직이는 몸과 중첩된 이미지들을 형식적인 공간과 책으로 만든 구조물로 활용하고 있다. 중간에 커다란 손들이 의도적으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지워내는 동작을 하고 관람객이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인 표면을 문지르는 둔한 소리를 만들어 내며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 이외에도 아카이브&미디어 룸이 조성돼있다. 전시실에 설치된 작품 외에 70년대부터의 작가 작품 36점을 볼 수 있는 미디어 아카이브와 작가 인터뷰 영상과 작가 소개가 담긴 국내외 도서를 비치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게리 힐은 "어려운 시기를 개인적으로 겪으며 준비한 이번 전시는 모국어와 상관없이 '텍스트'의 원초적 의미를 담아 내고 싶었다"며 "단어, 언어가 주는 영향을 물리적인 요소를 통해 상호간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전시관련 자세한 내용은 수원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uma.suwon.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