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정부가 마련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이 달성률 20%대에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어 전시행정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행정안전부는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사건 직후 서해5도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연평·백령·대청도 등에 9109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전계획에 담긴 78건의 사업 가운데 완료된 것은 17건(21%)에 불과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36건이고,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사업도 25건에 달한다. 사업비는 3450억원(37%)만 집행됐다. 이같은 실적은 2016년 당시와 거의 비슷해 '잊혀진 사업'처럼 되어가는 현실을 방증한다.

정부 의지 부족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현실성 떨어지는 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도 대두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기로 한 국제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민간자본 2000억원을 유치해 뱃길로 4~5시간 거리인 백령도에 크루즈항, 컨벤션센터 등을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백령 주민들조차 헛웃음을 짓는다. 당국이 연평도 사건 직후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탁상행정으로 발전계획을 급조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행안부는 이를 의식했는지 2차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2021~2030년)을 세우려 했으나 기획재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2차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비(1억원)조차 기재부 문턱을 넘지 못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빠졌다. 행안부는 차선책으로 1차 계획 기간을 연장해 미완료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나, 이 또한 기재부 및 해당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실정이다. 옹진군도 2016년에 서해5도 발전계획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려 했으나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서해5도 발전계획은 단순히 주민 정주요건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낙후의 대명사로 꼽히는 서해5도 인구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 '주민이 없는 곳에는 안보도 없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중앙부처는 누구나 아는 사실을 인식하고 더 이상 엇박자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