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00명 부상·10명 사망에도 53% 산재신청 못해
업주 비협조 탓 …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

 

도내에서 유독물질 취급 등 위험한 업무를 도맡다가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이주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적절한 치료와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노동까지 강요받는 현실에 놓여있다.

5일 평택경찰서와 경기이주공대위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1시17분쯤 평택 포승지구 한 자동차제조업체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인 이주노동자 김모(56)씨가 700t 무게의 프레스에 깔려 숨졌다.
김씨는 당시 프레스 기계 하부에 설치된 볼트를 교체하던 중 기계가 작동하면서 변을 당했다.

프레스 교체 작업은 고용노동부의 제조업 10대 위험작업으로 꼽힐 정도로 위험해 철저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날 작업현장에는 김씨와 동료 2명밖에 없었다. 사고 원인도 김씨가 작업을 하던 사실을 몰랐던 동료가 기계를 작동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국회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경기지역 외국인 산재현황을 보면 2014년 824명(사망자 9명), 2015년 767명(11명), 2016년 790명(10명), 2017년 777명(10명), 2018년 909명(9명) 등 매년 10명 안팎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도내 이주노동자는 전국 49만8861명 중 41.4%에 달하는 20만6354명이 있다. 이들 중 다치거나, 숨져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2017년 도내 산업재해 피해자 2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2.9%가 산재보상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 특히 10명 중 6명 이상인 65.6%가 '사업주의 비협조'와 '사업주로부터 비난' 등의 이유로 신청하지 않다고 답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이 같은 자료를 내면서 이주노동자들의 4가지 산재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안전관리 소홀과 열악한 근무환경', '직장 내 차별 및 폭행', '한국사회 부적응' 등이 원인으로 도출됐다. 이들에게는 '위험의 외주화'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경기이주공대위 관계자는 "고 김용균 노동자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됐지만 달라진 게 하나 없다"며 "더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