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못 걷는 국회

 

▲ 발(足족)을 자르고 살껍질(皮피)을 벗기면 절뚝거리게(跛파) 된다. /그림=소헌

 

  기어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되는 지경이 이르렀다.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과 연계하여 의사방해(필리버스터)를 악용한 자한당은 주된 민생법안의 발목을 묶어 놓았고, 예산안 심사는 이미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상태다. 이에 따른 손해가 어마어마하다. 

  임기종료를 앞둔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의 권력누수현상을 레임덕(lame duck)이라고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절름발이 의정행태는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로써 입법정책이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나라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것이 적폐積弊다.

  압부파행(鴨鳧跛行) 집오리든 물오리든 모든 오리는 뒤뚱거리며 걷는다. 집오리(鴨압)를 여당 의원으로 보면 물오리(鳧부)는 야당의원이다. 跛行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거나 균형이 잡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모두가 봉황이 되는 줄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는 오리라는 사실을 저희들만 모르고 있다. 그렇게 모인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일이 만무하다. 국회파행國會跛行이니 절뚝거리며 정상으로 걷지 못하고 있다.

 

 跛 파 [절름발이 / 절뚝거리다 / 뒤뚱거리다] 


①足(족)은 사람(동물)의 발이다. 복숭아뼈부터 발가락까지를 가리킨다. 足(달릴 족)은 사람(口)이 걷는(疋소) 모습이며, 正(바를 정)과 원형이 같다.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은 바른 길이어야 함을 암시한다.

②부수 글자 皮(가죽 피)는 호랑이 가죽(虎생략형)을 칼을 잡고(支지) 벗기는 것이다. 하지만 皮가 부수로는 거의 쓰지 않고 다른 글자와 결합하여 발음이나 훈수訓首로 활용된다.

③중한 죄를 저지른 죄인의 발꿈치를 베는 형벌인 월형刖刑이 있다. 발(足족)을 자르고 살껍질(皮피)을 벗기면 절뚝거리며(跛파) 걷게 된다.

 

행 / 항 [다니다(행) / 항렬(항)]

①行(다닐 행) 큰 네거리 길을 두 발로 차례로 걷는 모습이다. 여기서 ‘다니다’, ‘행하다’는 뜻이 나왔다.

②行(항렬 항)은 혈족 관계에서 이름에 쓰는 돌림자를 뜻하는 항렬行列로 쓴다.

③行을 깨뜨리면 彳(조금 걸을 척)과 다리에 힘이 없어 가볍게 절며 걷는 亍(자축거릴 촉)으로 나뉜다. 彳(척)과 亍(촉)은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로 옮기며 걷는 모습이며, 한편으로는 걸음이 능숙하지 못한 것을 나타내는데 길에 행인行人이 많아서 그럴 수 있다. ④대부분 사전에는 彳(척)을 ‘두인변’이나 ‘중인변’이라고 설명하는데 옳지 않다. 

 

  새는 양쪽 날개로 날고 사람은 두 다리로 걷는다. 육체와 정신을 나눌 수 없고 권리와 의무를 함께 지니며 보수와 진보가 공평하고 균형된 걸음을 걸어야 한다. 人民 개개인은 약하고 허점이 많지만 그들이 합치는 힘은 실로 위대하다. 


  민의를 받들고 나온 의원들은 들어라. 비록 지금은 외세에 눈치를 보지만 하루빨리 自主를 이루자. 광활한 강토와 찬란한 역사를 만들었던 민족기상을 기억하자. 굳이 절름발이 자라가 천리 간다(跛鱉千里)는 순자荀子의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