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클레오파트라

- 이집트 여왕으로 시대 풍미
- 안토니 향한 사랑 연극으로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 7세는 수려한 외모와 선정적인 매력만으로 권력을 휘두른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대국 로마 남성 영웅들을 홀려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한 팜므파탈의 대명사다.
기원전 69년 이집트 여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지금도 전설로 살아있는 그녀는 실제 역대급 요부였을까?

인천시립극단은 연극 '클레오파트라(사진)'를 통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지난1일부터 8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은 그녀가 로마 장수 안토니에게 가졌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클레오파트라에게만큼은 진심이었던 이 사랑이 전쟁을 거치며 얼마나 지독하게 파괴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로마에 아내를 둔 유부남 안토니가 자신을 떠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실제 로마 내란을 잠재우기 위해 그가 돌아갔을 때는 무고한 이집트 국민들을 적지로 보내며 안토니를 압박한다.

집착에 가까운 형태이긴 하지만 이것이 그녀가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전쟁에 패한 안토니가 자결하자 그 뒤를 따라간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말이다.

내용만 놓고 보면 연극 '클레오파트라'는 다소 엽기적인 그녀의 일편단심 사랑 이야기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중 유일하게 고대 이집트어를 사용해 민족 자존감을 높이고 이집트의 황금기를 되찾기 위해 탁월한 정치력과 지략을 펼쳤던 역사 속 진짜 클레오파트라의 면모는 이번 연극에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극에서 이집트를 상징하는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를 갈구하기만 할 뿐 역사를 주도하는 건 로마의 세 남성이었다. 이 남성성은 느와르적인 무대배경과 음향으로 극치를 이룬다.

철저하게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을 노래한 극 중 그녀는 독사 이빨에 죽어가며 이렇게 말한다. "난 늘 영원한 걸 갖고 싶었어.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지. 죽음이 그렇게 평화로운 거라면 즐겁게 갈 수 있겠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