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광주시의회 사무국장]

국공유지 관리 프로그램 특허 등 성과
40여년 성실한 공직생활 … 대통령상도

"처음엔 '왜 일을 만들어서 하냐'며 반대를 많이 했던 부서원들이 1년 뒤 성공한 뒤에는 공직자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며 고마워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김연희(58) 광주시의회 사무국장은 요즘 후배 공직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 40여 년 동안의 공직생활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광주시에서 두 번째 여성 국장이며 현재는 여성 최고 고위직인 김 국장의 공직생활은 남다르다. 현재 1개의 특허와 3개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공무원 대통령상을 받은 이력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2016년쯤 징수과장으로 부임했을 때다. 당시 김 국장은 국유지에 대한 세금 징수 업무를 직원 한 명이 수기로 작성하는 것을 보고 과중한 업무와 징수 누락 등을 발견하게 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산화를 제안해 TF팀을 구성했다. 이 업무를 전산화하기 위해서는 일선 읍면동의 도움과 현장조사, 전산 부서의 협조 등이 절실했다. 따라서 부서원들은 물론 타 부서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1년여 만에 전산화 작업을 완료해 국공유지 관리프로그램인 아이원시스템을 완성, 특허출원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기업은 물론 타 지자체에서 저작권료를 주고 이용하고 있다.

수십억 원의 누락된 국공유지 세원을 찾아내 추가 세외수입을 발굴하는 성과를 얻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도로, 하천 점용대장 등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지적도 시스템을 연계해 국·공유재산 무단 점용 사용자를 추출해 누락된 신규 세원을 발굴한다.

이로 인해 김 국장은 부서원들은 물론 동료 공무원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게 됐다. 당시 이 작업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진급도 하고, 업무가 편리해지면서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자 스스로 공직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평소 내가 일을 해서 누군가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최고의 보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김 국장은 1982년 남성중심문화의 공직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그때 남자 30명에 여자 2명 뽑았습니다. 그리고 결혼이나 임신하면 그만둬야 하는 때였습니다. 실제로 저와 같이 들어온 여직원은 결혼 뒤 그만뒀습니다."

입사 2년 뒤 결혼을 하고 임신한 김 국장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했다. 성차별이 심했던 공직사회를 극복하는 것은 오로지 일이었다고 판단한 김 국장은 발령부서마다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김 국장의 이런 공직자의 행보에 대해 평소 성 평등을 주장해 온 신동헌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높이 평가해 진급시켰다.

"여성 공직자들은 스스로 여성으로 보지 말고, 그냥 공직자로서 시민들만 보고 열심히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성중심문화의 공직사회에서 남다른 열정을 무기로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김 국장에게 남은 공직생활 동안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한다.

/광주 글·사진=김창우 기자 kc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