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햇동안 우리경제에 드리워졌던 구름사이로 희망의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 오른다. 한세기를 마무리할 1999년(己卯年)의 새 날이 밝아온 것이다. 바로 21세기를 향한 손짓이자 시동이다. 그래서 미증유의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아 가시밭길의 고난을 참아왔던 이 민족에게는 새해 아침이 고맙기만 하다. 그럼에도 해가 바뀌면 봄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IMF한파로 혹독한 추위가 채 걷히지 않아 기대와 희망보다는 걱정과 불안을 안고 새해를 맞는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외환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우리나라를 강타한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우리경제는 외환고갈, 환율·금리급등, 기업부도로 인한 실업급증, 경기침체등 실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그런데도 IMF 체제가 몇년이나 더 갈지 언제 끝날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국난극복을 위한 시나리오를 새로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통계청은 지난해 11월을 고비로 산업생산증가율이 전년동월 대비 올들어 가장 높은 1.4%를 기록했다고 발표, 관심을 끌게 한다. 또한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68.8%로 상승세로 돌아서 경제가 저점을 통과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달러와 금리가 내리고 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보이고 있는 경제회복은 반짝 경기일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금융연구원과 민간경제연구소는 올해 경기침체 여파와 본격적인 기업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작년 7.0%에서 올해는 8.7%로 높아져 사상최대인 2백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초부터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들먹거리고 있어 물가를 불안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업에 따른 가계수입은 줄어든데다 뛰는 물가와 세금은 각 가정에 만만치 않은 고통을 안겨줄 것이 분명해 걱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의 부도로 쏟아져나온 실업자와 공원을 메운 노숙자등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직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우리가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력한 사회 구조조정이 필수과제다. 기업구조조정 뿐 아니라 행정·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부터 의식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하려면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행정기구 축소, 인원정리로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하는데도 시늉만 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와 안일무사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기업들도 구조조정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간의 빅딜과 한계사업의 정리 등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함은 물론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투명화하고 생산에 주력케 함으로써 기업의 성장과 고용기회를 늘려 대량실업을 막아야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분수를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선진국은 저만큼 앞서 가는데 우리는 남의 보호막에 안주하면서 경제위기를 자초한 것은 큰 잘못이다. 때문에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주체가 변하지 않고서는 삶의 질을 보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올해 밀어닥칠 고통을 피해가기 보다는 위기를 정면으로 맞서 이겨내야 한다. 즉 IMF사태로 맞고 있는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IMF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는 분명하다. 지난날과 같이 살면 경제가 거덜나고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고 분수에 맞는 소비생활로 건강한 가정을 되찾고 무너지는 사회규범과 도덕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원칙과 상식에 따라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극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겨낼 저력이 있다. 최근 들어 우리경제가 다소 좋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때까지 고통과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혼돈속에 고통을 한 해 더 감수할 각오를 다지자. 우리에겐 미래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