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 66을 달리는 세 남자 이야기' 펴낸 최종현 도의원과 서동수·김춘봉씨
▲ 김춘봉(왼쪽부터)씨, 최종현 경기도의원, 서동수씨가 미국 루트 66도로 횡단의 종점인 산타모니카 해변 인근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장애라는 공통분모 가진 세 남자
미국 동~서부 3945㎞ 횡단하며
비장애인과의 경계 허물어

오클라호마 테러 재현 박물관에선
참사 기록의 중요성 깨닫기도




최종현(민주당·비례) 경기도의원과 서동수씨, 김춘봉씨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50대이고 남자이며, 장애를 갖고 있다. 세 공통점을 가진 세 남자는 '증명'을 위해 미국 동-서를 가로 지르는 여행을 떠났다.

이들이 여행 후 펴낸 책 '루트66을 달리는 세 남자 이야기'로 여행을 따라가 봤다.


#미국 '마더로드(Mother Road)'로 떠난 세 남자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어지는 '루트 66(Route66)'은 시카고에서 시작해 미주리와 텍사스, 애리조나, 로스앤젤레스로 이어지는 3945㎞의 길이다.

길은 미시간 호와 콜로라도 강, 모하비 사막을 가로 지른다. 길은 '마더로드(Mother Road)'라고도 불린다.

1926년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고속도로에는 캘리포니아 드림을 찾아 서부로 향했던 사람들과 생계터전을 잃고 쫓겨 간 미국인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길을 떠난 세 남자도 끊임없이 도전해온 사람들이다.

최종현 경기도의원은 20대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판정을 받은 후에도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왼쪽 다리에 철심을 박은 후에도 코이카(KOICA) 해외봉사단에 참여해 2년간 필리핀에서 봉사를 했으며, 장애인 복지를 위해 활동하다 지방선거 비례대표로 도의회에 입성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맏형과 요리담당을 맡았다.

서동수씨는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현직 디자이너다.

현재는 목발을 짚고 다니며 태어난 수원에서 본인 이름을 딴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이자 여행마니아로서 루트 66 여행을 주도하고 기록했다.

김춘봉씨는 태권도 선수로 시합 도중 사고를 당해 휠체어 장애인이 됐지만 만능엔터테이너다.

장애 후에도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여행의 막내이자 마케터, 분위기메이커였다.

세 남자가 루트 66으로 향한 것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뛰어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서다.


김 씨는 책에서 "중증장애를 가진 지체장애인에게 익숙한 공간을 떠나는 것처럼 두려운 일은 없다. 그러나 몸의 한계 때문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이번 여행은 꿈과 도전, 희망이라는 타이틀로 시작됐다. 여행을 통해 조금 더 큰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작부터 고생길 '루트 66'

8월5일 시카고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씨는 설렘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14시간 꼼짝없이 견뎌야 하는 압박감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신 마비 장애로 비행기 안 좁은 화장실에서 용변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휴대용 소변기를 준비하고 긴장감을 느끼며 비행을 했다.

시카고에 도착해 화장실부터 다녀온 후에는 낯선 곳에서의 여행을 시작했다.

가이드도 따로 없는 여행에서 세 남자는 서로 머리를 모으고 서로 의지하며 생소함을 함께 이겨냈다.

12인승 렌트카를 타고 시작한 여행은 시카고에서 미국 중부지역 세인트루이스로, 스프링필드로 이어졌다.
미국 중부로 가는 길은 지루함과의 싸움이었다. 한국과 달리 산도, 터널도 없었고 끝도 없이 펼쳐진 지평선에 광활한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었다.

숙소에서는 오랫동안 차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쐰 영향으로 항상 히터를 틀고 자야 했다.

그래도 세인트루이스 바실리카 대성당과 스프링필드 '루트66번 자동차 박물관' 등을 기억에 남겼다.

털사에 도착해서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이어갔다.

오클라호마시티와 텍사스, 산타로사, 앨버커키를 넘어 일행을 그랜드캐니언에 도착했다.

그랜드캐니언 관광에서는 장애인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점에 놀랐다.

모든 투어 버스는 장애인 휠체어가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는 'mother point'도 휠체어로 충분히 갈 수 있었다.

인근에 있는 루트66 미들포인트로 가는 길에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최 의원이 신나게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찍다가 그만 신발 속으로 들어온 커다란 대못에 찔려버린 것.

발바닥 깊숙이 하나 박힌 못 때문에 피가 났고 파상풍까지 염려돼 약국에서 응급처치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참고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며 서로를 위한 여행을 계속했다.

김 씨는 "크게 아픈 내색 없이 묵묵히 참아 주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아마도 우리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조용히 참으신 것 같다"고 회고했다. 최 의원은 "'미들포인트'는 발바닥에 대못을 찔린 곳이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참사의 현장 '오클라호마시티 메모리얼 뮤지엄'에서

▲ 참사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오클라호마시티 메모리얼 뮤지엄.
▲ 참사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오클라호마시티 메모리얼 뮤지엄.

세 남자에 여행길에서는 잔혹한 참사가 벌어진 오클라호마시티 메모리얼 뮤지엄이있었다.

1995년 4월19일 아침 9시3분. 오클라호마시티 연방 주정부 청사 건물 앞에서 2000㎏ 이상의 폭발물을 가득 실은 트럭이 폭발했다.

테러의 범인은 티머시 맥베이라는 백인우월주의자 민병대 운동의 동조자였다. 168명이 죽거나 타졌고, 인근 건물 300채 이상이 파괴됐다.

미국인들은 모조리 사라진 건물터에 희생자들의 공동묘지를 만들었고, 절반 이상 파괴된 건물을 세심하게 수습해 기념관으로 만들어 놨다.

박물관에는 사건 발생 직전부터 시간대별 전 과정과 내용, 참사 현장과 범인 체포, 희생자들의 신원정보, 시민들과 전 세계의 반응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뒀다.

뿐만 아니라 폭발의 위력에 깨지고 부서진 시멘트벽과 엿가락처럼 구부러진 철 구조물, 소방관들의 희생적인 구조활동, 구조견의 활약상, 부상자들을 구하다 자신은 숨진 민간인 부상자들의 영웅적인 면모 등을 보여주는 전시물이 있었다.

최 의원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씨랜드, 그리고 세월호까지 여전히 참사는 반복되고 또 사람들 기억에서 점차 잊혀진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은 잘못된 현장을 액면 그대로 보여주고 깨우치도록 해야 한다. 부조리로부터 배우는 일은 큰 교육이다"며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아직도 세월호 영상이나 희생된 어린 친구들 이야기에 울렁증을 느낀다. 그날 이후 기성세대로서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마음에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오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전혀 다른 방식의 세상을 접하며 면피에 급급해 유가족을 돈벌레로 치부하고 재난상황 수습과 생존자 문제에서 무엇 하나 전문적이지 못했던 우리들과 비교됐다"고 말했다.

 


 




최종현 도의원 여행을 마치며…

 

▲ 최종현 도의원
▲ 최종현 도의원

우리나라도 '장애인이 살기 좋은 곳'이란 타이틀 갖기를


세 남자는 여행을 마치며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이겨내고 삶이라는 길을 이어갈 원동력을 얻었다.

최 의원은 "더 많은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썼다. 모두가 인생의 친구를 찾는 여행길에 오르길 바란다. 또한 읽은 이들이 장애와 비장애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사람들간의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사람이 되길, 일상이라는 편안함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도전이라는 불편함과 불안함 속으로 들어가길, 오늘의 살아있음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만끽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애를 가지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국가와 기업이 앞장서서 실행에 옮긴 미국의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같이 우리나라도 빠르게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