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티칭 말고 '코칭'하라
▲ 윤영실 지음, 세상의 아침, 256쪽, 1만3800원
학교에 희망이 있을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난처해진다.

이 책 곳곳에서 우리는 심리적 심정지 상태에 빠진 아이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습관적으로 손목을 긋는 아이가 있고, 우울증 진단을 받아 정신과 약을 먹는 아이도 있다. 무기력과 나태의 관성을 이겨내지 못해 지각·결석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수업이 지루하다고 필통을 던져 유리창을 깨는 아이도 있다. 더러 어떤 아이들은 대장의 명령에 따라 교실을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 시장통 같은 교실 한쪽에는 또 지적 갈증으로 학구열에 불타는 아이들의 걱정스러운 눈빛도 있다.

이 책은 학교 안팎의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부딪히며 만든 가지가지 사연과 일상들을 촘촘한 그물로 건져 올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 교육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침통한 질문을 던진다. 이대로 괜찮은가. 이렇게 내일이 오고 10년이 지나도 되는가 하고. 학교와 아이들 일상으로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묵직하고 아프다.

그런데 이 책은 학교 현실에 대한 고발과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저자 자신의 변화와 성장이다. 비판의 시선을 밖이 아닌 자기 안으로도 갈무리한 저자는 선배와 동료 교사, 그리고 아이들을 보면서 달라진다.

저자는 수업 시작 10분 만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책상 위에 기절하는 모습을 본다. 자는 아이들은 어차피 대학 못 간다는 동료들의 위로 아닌 위로 속에서도 저자는 단 한 명의 아이들도 잠들지 않게 하려고 혁신적인 기획을 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티칭'을 버리고 '코칭'으로 수업을 바꾼 것이다.

저자는 50분 수업을 10분이나 15분으로 나눠 과제를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한 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재구성하고 교재도 새로 만들었다. 능력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옆에 가서 개인지도를 하는 방법으로 참여도도 높였다. 빨리 해결할 수 있는 학생들은 늦은 학생을 도와주게 했다.

저자는 이 같은 교육 실험과 다른 동료 교사들의 치열한 노력을 보며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엄마와의 갈등으로 자퇴를 결심하는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교사, 지각 결석을 줄이기 위한 동료 교사들의 '행복 프로젝트' 추진들을 보면서 그래도 학교가 희망이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한국교원대학교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인하대학교 대학원 생물공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인천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