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농장 관리 도우며 웃음꽃 활짝
▲ 계양 실버농장 지킴이 어르신들이 농장 내 휴식 공간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계양구 노인인력개발센터

 

▲ 계양 실버농장 지킴이 어르신들이 농장에 뿌릴 흙을 옮기고 있다.

 

▲ 계양 실버농장 중 하나.이곳에서 어르신들은 지킴이 도움을 받아 농작물을 직접 기른다.


구, 65세 이상 실버농장 운영관리 돕는 지킴이 60명 선정환경미화·농장관리 일 도와삶 의미 되찾고 건강도 얻고노후 용돈벌이까지 일석삼조

삽을 들고 땅을 향해 힘껏 내리찍는다.

허리를 숙여 흙을 퍼낼 때마다 깨끗했던 운동화는 금세 흙투성이가 된다. 한파주의보가 떨어진 매서운 11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다.

'계양 실버농장 지킴이' 어르신 60명은 오늘도 농장 관리에 여념이 없다. 농장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땅을 가꾸기 위해서다.

혹여 삽과 호미 등 농기구를 사용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이 농장을 방문한다면 언제든 지킴이가 나서 문제를 해결한다. 땅속에 커다란 돌이 발견될 때도, 농장에 비료를 뿌릴 때도 농장을 찾는 어르신들은 누구나 지킴이의 도움을 받는다.

자칫 힘들 수도 있는 업무에도 지킴이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함께 농장을 관리하며 생기는 '유대감', 노인 돕는 노인 일자리 사업

계양구는 지난 2012년부터 '계양 실버농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역 내 65세 이상 노인들의 활기찬 노후 생활을 지원하고자 경작 활동이 가능한 농지 일부를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이 사업은 2017년까진 귤현동에 있는 농장 부지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와 이후 서운동으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4950㎡ 규모의 농장을 노인 200명에게 인당 21㎡씩 분양해 운영하고 있다"며 "해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부득이하게 소득 기준과 연령 등을 기준으로 우선 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버농장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는 비결 중 하나는 농장일을 돕는 '지킴이' 덕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구 노인인력개발센터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실버농장을 찾는 어르신을 도와 농장을 관리하는 지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킴이로 선정된 어르신 60명은 오전 9시와 오후 1시 등 시간별로 매일 3회씩 나눠 실버농장 주변 환경미화와 어르신들 돕는 업무를 하고 있다.

구 노인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실버농장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접목하면서 어르신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었고 소규모 경작을 서로 도우며 건강까지 챙기는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다"며 "현재 지킴이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기에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역시 수시로 직무 관련 교육과 안전 수칙 등을 알리며 원만한 활동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지루하던 노후 생활이 웃음이 끊이질 않는 즐거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양 실버농장 지킴이 활동을 하는 이현억(78) 어르신은 실버농장 지킴이 덕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점 나이를 먹고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인지 의심도 들고, 제대로 살아왔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로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며 "그러던 중 알게 된 실버농장 지킴이 프로그램 덕에 지금은 건강은 물론 용돈 벌이까지 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즐겁고 설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어르신은 현재 60명의 실버농장 지킴이 중 핵심 역할을 하는 조장을 맡고 있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실버농장 지킴이들은 농장을 찾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농기구를 전달하고 농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즉, '세 번째 팔'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는 "아무래도 노인들끼리 농장을 운영하다 보니 서툰 점도 많고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라며 "이럴 때 지킴이가 나서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고 함께 돕다 보면 서로 친구가 돼 고민을 나누는 등 한마음 한뜻으로 농장을 운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실버농장 지킴이 활동도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그는 이 같은 노인 일자리 사업이 없어지지 않고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뜻을 전했다.

"노인을 생각한 일자리 사업 덕에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계양구 노인인력개발센터 관계자분께서 너무도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적응에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노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이 같은 프로그램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습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