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증감액 심사가 다시 멈춰섰다. 여야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셈법과 연계되면서 처리 일정은 물론이고 심사 일정도 안갯속이 됐다.

지난달 30일로 예결위 활동 기한이 종료된 가운데 1일 오후 여야3당 예결위 간사로 구성된 '3당 간사협의체'가 소집됐으나 더불어민주당이 협의체에서 예산 심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과거 예산안 심사가 활동기한 내에 종료되지 못할 경우에는 각 당 원내대표의 협의로 활동 기한을 연장해 심사를 완료했지만 이번에는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또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을 철회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은 물론 예산안. 민생법안 등도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간사협의체를 사실상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닷새간의 진통 끝에 가동됐던 간사협의체는 단 3일간 심사를 하고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예산을 볼모로 야당의 합법적 저항권을 포기하라고 겁박하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안건과 연계해 '4+1'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은 결국 자기들끼리 '짬짜미'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3당 간사협의체는 지난 3일간 예산소위의 1차 감액심사에서 보류된 482개 안건과 증액 안건을 심사했으나 감액 심사도 다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으로, 예산안 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1일 0시를 기해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현 상황에서 법정 처리 시한 내에 예산안이 본회의 의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올해도 예산안이 '지각 처리'될 경우 5년 연속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국회선진화법이 처음 도입된 2014년 뿐으로, 처리 일자도 2015년과 2016년은 12월 3일, 2017년은 12월 6일, 2018년은 12월 8일로 점차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해진 법적 시한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원내대표 간 합의를 통해 예결위가 계속 논의하게끔 하지 않으면 정부의 예산안 원안이 올라가게 되어있다"며 "합의를 해야하는데 현재 대화가 닫혀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