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갈등 실타래 푸는 소통 첫 단계는 경청"
▲ 신봉훈 인천시 소통협력관이 지난 26일 시청 광장인 인천애뜰에서 민선7기 소통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최용규·홍영표 의원과 정치적 인연
박남춘 인천시장 도와 현안 중심에
인천애뜰서 직무 400일 소회 밝혀

배다리 연결도로 합의 가장 기쁜 기억
청라 소각장 문제 내년 대표적 현안


10년 넘게 공사가 중단됐던 배다리 연결도로, 10개월간 주민이 반발했던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사업은 민관 합의로 실타래가 풀렸다.

올여름 인천을 뒤흔든 붉은 수돗물 사태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수돗물 혁신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지금 인천시를 규정하는 단어가 '소통'임에는 틀림없다.신봉훈 인천시 소통협력관은 공공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배다리 연결도로 회의 때 직접 마이크를 잡고 "당분간 논의를 중단하자"는 결정을 내릴 때도,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잠을 못 자겠다"는 수돗물 사태로 동분서주하면서도 당장의 합의가 아닌 소통의 과정을 중요시했다.

지난 26일 소통협력관을 맡은 지 400일 넘긴 그를 시청 앞 열린 광장으로 탈바꿈한 인천애(愛)뜰에서 만났다.

신봉훈(52) 인천시 소통협력관은 박남춘 인천시장이 당선되고 민선7기가 출범한 지 3개월이 흘렀을 때 인천시로 왔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부평을) 의원이 3선을 지내는 동안 보좌관이었던 그였기에 갖가지 반응도 나왔다. 신 소통협력관은 지방선거를 1년 앞뒀을 무렵 일화를 소개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남춘 의원과 홍 의원이 둘이서 시장을 놓고 경선을 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같이 인천시당 힘을 키우면서 각자가 할 일들을 했던 거죠. 요즘 정치 현실을 봤을 때 전투력을 가진 홍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가 맞는 옷이고, 행정력과 맨파워가 돋보이는 박 시장은 여의도보다 인천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예측은 현실로 이어졌다. 두 사람과 인연이 있었던 그는 조력자로 뒤를 받쳤다. 따지고 보면 그가 인연을 맺은 것도 선거 일을 도우면서였다.


# 최용규와 홍영표, 그리고 박남춘
1994년 대학을 졸업한 신 소통협력관은 서울에서 각종 단체 활동, 출판사 일로 생계를 이어갔다. "1980년대를 보낸 또래들과 다르지 않았던" 젊은 시절이었다. 제1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알고 지내던 인천 선배 연락을 받은 게 전환점이 됐다.

"초대 시의원을 지낸 최용규 변호사가 부평구청장으로 출마한다면서 알바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전화였어요. 선거를 치르며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어요. 아이디어를 짜낸 자원봉사 모집으로 캠페인이 히트를 치기도 했죠. 선거 끝나고 돌아가려는데 당선자가 비서실에서 일해보라고 제안했어요. 생각 좀 해보자고 했다가 지금까지 눌러앉은 거죠."

최용규 현 인천대 이사장이 부평구청장에 이어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그는 보좌진으로 함께했다. 지역구를 이어받은 홍 의원과도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당시 국정상황실장이던 박 시장과도 만났다. 세 사람의 스타일에 대해 묻자 예상대로 "장점만 얘기해도 되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최 이사장은 현실 정치보다 소명의식을 따랐던 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렇고요. 홍 의원은 왕성한 활동력으로 요즘 정치 일선에 가장 필요한 분이에요. 박 시장은 자치 역량을 꽃 피우며 인천 발전에 진력할 만한 적임자라고 봤어요. 세 명의 장점을 모으면 이상적인 정치인일 텐데, 단점만 모은 사람이 나오면 안 되겠죠.(웃음)"

# "갈등 조정, 끔찍할 만큼 힘들다"
지난 1년여간 인천시 소통협력관으로 지내온 그의 직무는 '시장 주요 정책결정사항 보좌'다. 수돗물 사태와 같은 현안이 생기면 '자동 개입'되는 자리다. 그래서 때로는 "오지랖 넓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올 8월21일 배다리 연결도로 합의는 그에게 "정말 기뻤던 기억"으로 남았다. 20년의 세월 동안 동구 송현동과 중구 신흥동을 연결하는 도로 공사는 배다리 지하차도 구간에서 가로막혀 있었다.

"배다리 연결도로 문제가 지금도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갈등 현안에서 그런 성과가 나온 것도 드문 경우예요. 지난해 5차례 회의를 진행했는데, 원론적인 의견만 되풀이됐죠. 두 달간 협의체를 중단하고, 배다리 관련 부서들과 협의안을 만들어 주민을 설득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다리에서 생활하며 주민에게 다가간 이종우 시민정책담당관 공이 컸고요."

신 소통협력관은 소통의 첫 번째 단계로 '경청하는 자세'를 꼽는다. "농성 현장에서 물벼락 맞는 일"을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책임성을 갖고 시민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는 공공갈등을 지켜볼 때면 "끔찍할 만큼 힘들다"고 했다.

"민원이 곪을 대로 곪으면 걷잡을 수가 없어요. 공공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숙의하는 중간단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2040년 도시기본계획 시민계획단처럼 시민 목소리를 들으려는 공직사회 변화가 바로 민선7기가 추구한 소통이에요."

# 스스로 매긴 평점은 "아직 70점"

고비를 하나씩 넘고 있지만 내년에도 불 보듯 뻔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설 현대화'와 주민이 요구하는 '폐쇄' 갈림길에 선 청라 소각장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미 시는 자체 매립지 조성 등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을 예고했다. 폐기물 직매립량을 줄이려면 소각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계양 지역도 요새 시끄러운데 소각장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아직 확정된 건 없고, 연구용역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시민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당연히 선행될 겁니다. 소각장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공공갈등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후대에게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환경기초시설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신 소통협력관은 "곤혹스럽고 시끄럽더라도 가야 할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것"이 민선7기 시정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미답의 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스스로 매기는 평점은 아직 "70점 겨우 넘은 수준"이다.

 

/이주영·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신봉훈 인천시 소통협력관은 1967년생으로 명지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최용규 전 국회의원 비서관에 이어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이 3선을 지내는 동안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국회 정책연구위원도 지냈다.

지난해 10월부터 인천시 소통협력관을 맡았다. 박남춘 인천시장과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