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1990년 독일이 통일된 후 제일 먼저 찾아가 보고 싶은 도시는 드레스덴이었다. 1984년 동·서독으로 분단되어 있던 시기에 드레스덴의 유명한 젬퍼 오페라극장 개관식에서 호네커 동독 수상과 서독 수상을 지낸 슈미트가 환하게 웃으면서 개막식에서 악수하는 사진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독일 국민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젬퍼 오페라극장은 2차대전 때 파괴되었는데 서독의 자금지원으로 7년간에 걸친 복구공사를 끝냈다.

▶분단의 아픔을 오페라극장의 복원사업을 통해 동·서독이 협력하면서 그 대상을 모차르트와 브람스 같은 악성(樂聖)들의 무대로 선정했다는 사실이 부럽게 느껴졌다. 독일의 피렌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드레스덴의 츠빙거궁전과 함께 1841년 유명한 건축가 젬퍼가 설계한 오페라극장은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독일다운 검소한 인상이었다. 통독 후 드레스덴을 여러 차례 찾았고 한국 출신 무용가 이상은 여사가 출연한 백조의 호수를 관람하기도 했다.
▶드레스덴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폴란드와 국경이 접하는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분쟁도 잦았지만 교역을 통해 부유한 도시가 되어 도시 전체가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건물들로 가득차 있었다. 프라우엔(성모) 교회와 레지덴츠성(城)은 물론 일반 건물들도 화려하고 섬세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듯했다. 엘베강을 가로지르는 아우구스투스 다리도 일품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드레스덴은 2차대전 이후 반세기에 걸쳐 파괴된 도시를 원형대로 복원해온 독일인들의 집념의 산물이기도 하다. 2차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2월부터 이틀 동안 영국과 미국의 1200여대에 달하는 폭격기들이 3900t에 달하는 폭탄을 퍼부어 3만여명이 사망하고 도시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연합국 내부에서도 드레스덴의 폭격을 나치독일에 대한 마지막 보복이며 응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화려한 번영을 누렸지만 기구한 운명을 피해갈 수 없었던 드레스덴에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지난 월요일 그뤼네스 게뵐레(둥근 천장의 녹색 금고라는 뜻)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약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보석들이 사라진 것이다. 작센왕국의 왕이 1723년에 만든 보석의 방에는 4000여점의 보석, 도자기, 미술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초대형 다이아몬드로 만든 각종 장신구들을 털어갔다. 200여 년 동안 숱한 전쟁과 폭격에도 잘 보존되고 있던 보물들의 운명이 기구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