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튀는 디자인·39년 장인기술 무기로
판매부터 강연·컨설팅 '신개념 대장간'
인테리어용 '농기구 미니어처' 불티 나
차기작 '나이프 피쉬' 효자상품 기대감
▲ 무두질하는 제이너 조혁빈 대표.

 

▲ 포천 숲속의 대장간 내부.

 

▲ 작업 논의 중인 조혁빈 대표와 숲속의 대장간 이광원(왼쪽) 대표.


#WHAT.제이너는?

▲ 대장간 '제이너'는 대장장이의 독일식 표현인 '자이너'에서 따온 말이다.
▲ 대장간 '제이너'는 대장장이의 독일식 표현인 '자이너'에서 따온 말이다.

제이너는 우리 전통 '대장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응용한 다양한 제품 디자인 개발과 제품 브랜딩을 제공하는 소셜 벤처기업이다. 낫이나 호미 같은 농기구나 각 용도에 따른 식도, 협도 등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접목해 마케팅하는 것을 목적하고 있다. 수원 경기상상캠퍼스 청년1981에 입주해 있는 제이너는 개발한 디자인 제품을 협력사인 포천 숲속의 대장간으로 옮겨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숲속의 대장간은 농기구 제작 및 도소매와 각종 칼 등의 주문 제작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 몇 남아있지 않은 대장간이다. 100% 단조 작업을 거쳐 만들어지는 수제 제품들은 기존의 공산품들과 확연히 품질이 다르다. 여기에는 숲속의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39년 대장장이 이광원 씨의 기술력이 바탕으로 깔려있다.

제이너는 우수한 기술력과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철기 문화의 부흥을 위해 오늘날의 현대적인 감각과 아이디어를 입힌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 전통 농기구들을 작은 크기로 축소시켜 인테리어 상품으로 개발한 '농기구 미니어처'와 물고기를 형상화한 '나이프 피쉬'가 제이너의 대표 상품이다.

제이너 제품은 39년 전통 대장 장인의 경험, 노하우가 스며들어 단순 제품 제작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까지 더해졌다는 점, 쉽게 부러지거나 고장나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강점으로 들 수 있다. 특히 금속공예 전문가인 제이너 조혁빈 대표의 아이디어로 디자인한 세련된 패키지가 소장과 선물의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대장장이 산업 활성화를 돕고 있다.
 

▲ 경기상상캠퍼스 그루버 입주단체 제이너에서 개발한 '농기구 미니어처'.
▲ 경기상상캠퍼스 그루버 입주단체 제이너에서 개발한 '나이프 피쉬'.

#HOW. 제이너에서는?

현재 크라우딩 펀딩을 추진 중인 제이너에서는 크게 2가지 대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 농기구를 축소시킨 '농기구 미니어처' 상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약 75×180㎜ 크기의 목제 받침 위에 낫, 쇠스랑, 일반 호미, 감자호미, 도끼 등 전통 농기구를 박제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작했다. 실제 전통 농기구의 제작 공법과 철제(SM45C)가 사용돼 일반적인 농기구와 같은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제이너의 또다른 대표 상품 '나이프 피쉬'는 전통 무쇠 칼에 현대적인 디자인적 요소를 덧붙여 젊은 층을 타깃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이름 그대로 칼끝 부분을 눈과 입 형태로 변형해 마치 물고기의 형상을 띠고 있다. 디자인은 물론 우수한 품질로 제이너의 또다른 효자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 제품이다. 아직 정식 판매는 이뤄지고 있진 않으나 전통식도, 장어칼, 풀탱 식도, 중식도, 창칼 등 다채로운 구성과 우수한 절삭력을 자랑하며 품질에 뒤처지지 않아 장인이 만든 식도의 진가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너는 두 가지 시그니쳐 제품을 필두로 다양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도에는 숲속의 대장간과 협력한 강연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대장간 제품 구매를 촉진하고 소상공인들의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다양한 강연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모처의 국내 대장간들과 협력해 각 대장간 특성에 맞는 브랜딩이나 컨설팅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또 금속을 활용한 무형문화재들과의 교류사업도 구상 중이다. 실례로 안성 방짜유기 문화재 장인들의 제품을 제이너의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방짜유기의 대중화, 상용화를 기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앞서 숲속의 대장간 박물관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금속 조형물이나 작품들, 대장간의 우리 기술력을 총망라한 전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 WHO. 24살 조혁빈 제이너 대표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제품,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한 자세,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제이너 만의 경영 비전을 세워나가겠습니다."

앳된 얼굴, 아직 소년의 모습이 채 가지 않은 청년 조혁빈 대표는 17일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24살의 청년 사업가 조 대표가 쇠락의 길에 접어든 우리 전통기술 '대장장이'의 명맥을 잇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지난 과거, 농경 사회에서 농기구를 제작하던 대장장이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산업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점차 대장장이들은 설 자리를 잃고 현재는 90%가 넘는 대장간이 폐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몇 남아 있지 않은 대장간들마저도 존폐 기로에 놓였고, 젊은 인력과 우리 기술을 계승해 나갈 후계자를 양성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조 대표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혁빈보다 '청년 대장장이'로 더 알려진 그에게 쏠리는 이목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직은 대장장이로 불리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선대에 수십 년 동안 기술을 연마해 온 장인분들에게나 주어지는 수식어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제게는 과분합니다."

조 대표가 대장간 일에 관심 갖게 된 건, 대학에서 금속 공예를 전공하면서부터다. 금속 기술의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단조 기술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입대 후 군 생활을 하면서도 단조 기술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의 대장간을 수소문했다. 결국 숲속의 대장간이라는 곳을 알게 됐고, 40년 베테랑 대장장이이자 조 대표의 사수이기도 한 이광원 씨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조 대표는 전역하는 그날로 숲속의 대장간을 찾았다.

"군대를 이제 막 제대한 티가 역력했지만 오로지 단조 기술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숲속의 대장간을 찾아갔어요. 저의 스승님이시기도 한 이광원 대표님께서는 흔쾌히 저의 제안을 받아 주셨고 저 역시 감사한 마음에 최선을 다해 대장간 일을 배워갔습니다."

그는 2년여간 포천과 거주지 수원을 오가며 기술을 익혔다. 대장간 일을 배우기 전엔 미처 몰랐던 대장장이 소상공인들의 고충들을 몸소 경험하게 된 후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됐다.

"사실 단조기술을 배우려 했던 것은 조형예술 창작활동을 하기 위한 이유에서였죠. 그러나 제가 보고 듣고 느낀 대장장이의 현실은 암담했고 홀대받는 대장장이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었죠. 이때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이 제이너였습니다. 장인들의 우수한 제품을 현대식으로 구성해 다시 시장에 내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제이너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이후 조 대표는 '경기청년 협업마을'의 지원을 시작으로 경기문화재단 상상캠퍼스 그루버 입주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제이너를 이끌어 가고 있다.

"앞으로 제이너를 통해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 IoT 기술과 우리 전통 기술을 접목한 제품들을 개발해 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고유 전통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제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