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연쇄 학대·살해사건'
범행 유사·눈에 띄는 곳 유기
활동가 "계획범죄" 경찰수사
/사진제공=고양이보호활동가
/사진제공=고양이보호활동가

 

 최근 법원이 고양이를 학대·살해한 30대에게 첫 실형을 선고하면서 동물보호법 적용의 강화를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수원시의 한 마을에서 고양이들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있다.
고양이의 신체 일부를 고의로 도려내는 엽기적인 사건까지 발생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고양이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된 '계획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수원중부경찰서와 동물보호 활동가 등에 따르면 22일 장안구 조원동 경기도교육연구원 앞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처참하게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고양이는 목 등 여러 곳의 뼈가 부러지고, 한쪽 안구가 예리한 흉기로 도려내진 상태였다. 발견 장소는 활동가들이 인근 고양이를 위해 수시로 사료를 챙겨줬던 장소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영화동 한 주택가에서 고양이가 뱃속에 새끼와 함께 죽은 채 발견됐다. 도교육연구원과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가까운 곳이다.

현장에는 독극물로 보이는 액체 흔적이 있었다. 사람의 범행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또 있었다.
지난 5월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한쪽 눈을 적출당한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고양이를 진찰한 수의사는 날카로운 흉기가 사용된 것으로 보고 긴급 수술을 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상 입은 고양이, 갑자기 사라지는 고양이 등 사건도 지속해서 발생했다. 모두 반경 200m 안팎에서 일어난 일이다.

활동가들은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 ▲자신들의 활동 범위와 동선에서 사체가 발견된 점 ▲눈에 잘 띄는 곳에 유기한 점 등을 미뤄 활동가들의 고양이 보호를 누군가 고의로 방해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22일 발견된 사체의 경우, 활동가가 파악한 개체에 없는 종이었다. 평소 활동가가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장소임에도 바짝 마른 저체중이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다.

한 활동가는 "재개발로 위기에 처한 길고양이를 구출·보호하고 있는데, 누군가 증오를 갖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것 같다"며 "동물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고, 나 또한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활동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주변을 탐색하고, 사체부검을 의뢰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동물학대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분위기를 감안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은 자체 회의를 열고, 동일범 소행 여부와 살해 방법 등을 논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상의 도구로 고양이 신체 일부를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동물보호법(1991년)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책거리에서 고양이를 학대·살해한 30대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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