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요즘 바른미래당의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정당 고질병이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 유승민계(8명)와 안철수계(7명)로 구성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다음달 8일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스텝이 꼬이고 있다.

26일 열린 변혁 비공개회의에서 이들은 창당 문제에 이견을 드러내면서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안 전 대표의 확답을 받을 때까지 움직이기 곤란하다"고 하자, 유승민계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결단을 내려라"며 짜증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에 체류 중인 안 전 대표는 마라톤에 심취해 있다는 얘기만 들릴 뿐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애초부터 양측의 밥그릇 셈법이 달랐기에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래서야 창당 이후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을 논의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마저 대두된다.

한국당의 중진 의원은 이런 말까지 했다. "안철수, 유승민은 만나서는 안될 만남이었다. 안철수는 미국에서 유승민 빨리 나가라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딱 보고 있다가 유승민이 탈당하면 싹 들어올 거고, 그런 뒤 당을 자기 당으로 바꿔 나갈 게 뻔하다"

바른미래당의 또다른 축인 호남계도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은 2016년 2월 만들어진 '국민의당'과 2017년 1월 창당된 '바른정당'이 합쳐져 2018년 2월 탄생한 이래 '한 지붕 두 가족 '에서 '한 지붕 다(多) 가족'으로 분화됐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중심으로 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만들었고, 바른정당은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창당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 당시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은 탈당한 뒤 평화민주당을 만들었다. 정치부 기자들조차 헷갈리는 족보로, 일반 국민이 이를 꿰차고 있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은 남 흉볼 일이 아니다. 분열과 파당에 따른 이들의 변천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하다.

아무튼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과 참신함을 내세운 바른미래당이 창당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은 한국 정치의 허접함을 답습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