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심야침입은 드문 사례…대낮에 터는 도둑세대도 등장"
세계 도난 예술품 3만4천점…'잃으면 못찾는다' 다수 행방불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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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의 보석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 게뵐베'에서 벌어진 대형 도난 사고로 세계 각지에서 기승을 부리는 '박물관 털이'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예술품 가격의 상승 때문에 범행동기가 꾸준히 자극을 받는 상황에서 박물관의 보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고 도난품이 회수될 가능성마저 크지 않다는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최근 독일을 비롯해 영국,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미술품 도난 사례를 소개하며 이 같은 비관론을 전했다.

전 세계 1천900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대표하는 국제박물관위원회는 드레스덴 박물관에 심야에 도둑이 침입한 것은 드문 사례일 정도로 전반적인 박물관 보안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치솟는 예술품의 가격과 박물관의 구조적 보안 문제가 맞물려 새로운 세대의 도적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들은 대낮부터 박물관에서 예술품을 탈취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25일 새벽, 독일의 보석박물관 '그뤼네 게뵐베'에서는 다수의 진귀한 18세기 공예품이 도난당해 큰 충격을 안겨줬다.

영국의 보석 역사가인 비비엔 베커는 이번 사건을 "사상 최대 규모의 예술품 도난 사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도난당한 보석이 지닌 특별한 역사적 가치로 볼 때 금전적 피해 규모를 따지는 건 불가능할 정도라며 "마치 누군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을 부수고 모나리자를 가져간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진귀한 문화재, 공예품, 미술품은 시대가 변해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안전자산으로서 주목을 받아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뛰는 경향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범죄단체나 사회적으로 부정한 이익을 취하는 이들이 미술품을 부당이익의 저장고나 돈세탁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런던의 도난미술품등록소(Art Loss Register)가 수천 점에 달하는 도난 미술품을 지정하고 추적하고 있어 용의자들이 이번 드레스덴 사건에서 훔친 보석을 사고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다른 한편에서 도둑들이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수백개의 보석으로 이뤄진 이 공예품들을 쪼개거나 새롭게 가공해 팔아넘길 가능성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독일에서 박물관 도난사건은 이번 드레스덴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4명의 남성이 베를린의 보데 박물관에서 100㎏에 육박하는 거대한 금화를 탈취한 혐의로 붙잡혀 올 초 재판이 진행됐다. 50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이 금화는 아직 박물관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주 영국 런던의 덜위치 갤러리에서는 네덜란드의 거장 렘브란트의 작품 한 쌍을 훔쳐 나오려던 용의자가 경찰에 발각됐다.

용의자는 경찰에 수상한 물질을 분사한 뒤 작품을 버려두고 도망치면서 절도 자체는 미수로 그쳤다.

이로부터 며칠 뒤에는 2인조 금속탐지기 애호가가 2015년 해리퍼드셔에서 발굴한 바이킹 시대 집단의 보석과 동전을 영국 법에 따라 정부에 보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수감됐다.

미국에서도 지난 1990년에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에 전시된 페르메이르, 렘브란트, 마네, 드가 등의 작품 13점 등 당시 화폐 가치로 5억달러(약 5천50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도둑맞았고,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969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 있는 산로렌소 예배당에서 카라바조의 명화 '아기 예수의 탄생'(Nativity with Saints Francis and Lawrence)이 도난당했지만, 여태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가 지난 8월 구축한 전 세계 도난 예술품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무려 3만4천여점의 작품이 도난리스트에 등록돼 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6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세계 예술품 암시장에서 활동하는 '큰 손'이 대부분 미국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국제문화유산보호재단(IFCPP)은 박물관 도난 사고의 90%에서 해당 박물관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 범죄에 연루돼 있었다면서 이번 드레스덴 사고가 벌어진 박물관 직원을 먼저 심층조사하는 방안을 독일 정부에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