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우리나라에서 근대 건물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도시중의 하나이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과연 우리가 이를 잘 보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쉴 새 없이 떠오른다.
  보도에 의하면 인천 창영초등학교 옛 건물(일부 구건물 18개 교실)을 유형문화재로 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소홀히 한 탓으로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고 한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교사 벽에 생긴 균열로, 그 틈새로 발암물질인 석면가루가 휘날려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이를 경기대 교수팀이 입증, 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창영학교는 지금부터 78년 전인 1924년에 개교했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3·1운동 때는 이 학교 나이어린 학생들이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런 역사적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보존의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는 초기 근대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는 건축물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을 우리 사회의 경제적 여유와 문화발전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문화적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의 가치를 손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의 노후화로 벽이 갈라지면서 석면가루가 나온다면 어린이들에게 있어 그 건물은 더 이상 문화재가 아니라 다가가서는 안될 두려운 존재일 뿐이다. 경유야 어떻든 문화재 보호의식에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학교측은 현장조사를 근거로 시에 학교 수리비(7억8천만원)를 요청했으나 시는 교육청 예산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반면 교육당국은 유형문화재로 지정해 놓고 교육청 예산으로 보수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문화 보존과 관리를 둘러싼 관련기관간의 분쟁은 지난 세월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학부모들의 반발과 불안감을 가장 잘 알고 있던 것이 관계당국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방관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 이같은 문화재 관리체계의 미비는 비단 창영학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시내 곳곳에 산재돼 있는 중요 문화재의 관리실태도 별로 나을 것이 없다. 문화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것은 세계적 추세다. 문화재 보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개발만이 제일이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귀중한 문화재가 무참히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서로 내 소관이 아니라고 방치해 둔다면 어찌되겠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