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시대 교육반란 '천천히 돌아가라'
'책 한 권'에 한해 교육과정 투영
책 읽다샛길로 샌 듯 배워 재미
▲ 김원겸·이형석 지음, 에듀니티, 354쪽, 1만7000원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다양한 학습법이 등장하고, 서로 앞서가려고 경쟁하는 시대에 저자들은 고전 읽기와 천천히 읽기가 곧 삶이었던 현인들의 습관과 태도를 지금 우리의 교실로 가져오기 위해 '슬로리딩' 학습법에 주목했다.

슬로리딩 학습법은 <은수저>라는 책을 중학교 3년의 교육과정을 통해 천천히 읽으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추어 배움의 활동을 고안한 하시모토 다케시의 교육법에서 나온 것이다.

인천도담초등학교에서 슬로리딩 교육과정 운영에 도전한 김원겸, 이형석 두 저자들은 한 해 교육과정의 친구로 삼을 책 한 권을 선정하고 그 책 속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를 일상생활에 대한 상식적인 지식을 체험을 통해 배우는 계기로 만들었다. 그 내용을 구성할 때는 교과과정과의 연계성을 살펴 교과서의 지식을 살아 있는 배움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해당 학년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성취기준을 충분히 달성시키려 노력했다.

정책적으로 학교에서의 독서교육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저자들은 그것이 결코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좋아하도록 이끌지는 못했음을 지적하며 이제 교사들이 독서 교육을 다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천천히, 함께 읽으며 학습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고 직접 교육과정을 만들어보게 하는 것이 저자들이 운영한 '슬로리딩 교육과정'의 요체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독서를 즐거운 체험으로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기억에 오래 남는 학습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교과서의 지식을 단편적으로 외우는 것보다 교과서가 아닌 책을 통해 '샛길'로 함께 빠졌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경험하는 쪽이 훨씬 단단하고 풍요로운 배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학교 수업에 참여시키고,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빠짐없이 소화하는 가운데 올바른 독서교육을 일구고자 한 교사들의 고민과 실천을 1년의 과정을 통해 통째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2018년 한 해 동안 4학년의 교육과정을 한 권의 책 <투명한 아이>와 함께 풀어낸 과정을 세세히 담아 '슬로리딩'을 독서와 생활, 학습의 세 꼭짓점을 연결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추천의 글'을 통해 "한 권의 책을 천천히, 깊이 읽어가며 그 속에서 삶과 연결된 놀이를 발견하고, 그 놀이로써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슬로리딩 교육과정은 이러한 새로운 교육의 변화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슬로리딩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샛길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샛길을 만들어보는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능동적인 학습이 이뤄지는 미래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