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역할 찾아 협력 체계 갖춰야

▲ 송림도서관과 나비날다책방이 함께 준비한 시 낭독회 '어느 날, 당신에게 詩' 행사에 참석한 시인들의 기념촬영 모습.

지난 주말, 배다리 책방거리 곳곳에서는 시와 음악이 흘러 넘쳤다. 송림도서관과 나비날다책방이 함께 준비한 시 낭독회가 비가 오는 가운데 펼쳐졌다. 시와 음악에 곁들여진 빗소리는 정겹기까지 했다.

심보선, 황규관 시인을 비롯한 8명의 시인을 모시고 진행된 '어느 날, 당신에게 詩' 행사는 지역서점활성화를 위해 도서관이 책방과 함께하고 싶은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준비하게 되었다.

아벨서점에서는 100회가 넘게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시낭송회가 열리고 있고, 나비날다책방에서는 3년째 시 쓰기 수업과 시모임을 꾸려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 삼성서림 게시판에는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시들을 적어놓기 시작하였고, 오고 가는 손님들에게 즐거이 읽히며 눈길을 끌고 있다. 책방거리에 하나 둘 시가 깃드니, 자연스럽게 시인들이 모여 마을 곳곳에서 낭독회가 열리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며칠 전, 부광여고에 계신 최영재 선생님이 책방을 다녀가셨다. 11월 첫 주에 송도트라이볼에서 열렸던 선셋서점 기획 전시를 보고, 전시에 참여한 서점들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이었다. 작년부터 학교에서 시도해봤던 독립출판, 독립서점 전시를 특색 있게 해보고자 직접 책방을 찾아오셨다. 나비날다책방에서는 고양이 책과 페미니즘 책들을 고르셨으며, 몇몇 책방과 함께 나비날다책방을 독립서점 부스로 꾸미고 싶다고 하셨다.
경기도 광명, 배다리 등 발품을 팔며 책방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광여고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재밌는 출판물과 개성 있는 책방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책에 대한 관심을 통해 독서로 이끌기 위해 학교도서관 사서님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책만 추천해줘도 될 일을 선생님의 열정에 나도 모르게 전시까지 도와주겠다고 나서게 되었다. 부광여고 현관에 의미 있게 꾸려진 전시가 학생들에게 전시를 준비한 선생님의 마음이 읽혀졌으면 한다.

올 여름부터 배다리 근처에 위치한 서흥초등학교에서는 새롭게 마을학교 협의회가 꾸려졌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마을과 공동으로 협력하고 책임지는 돌봄과 배움의 연대성 실현을 꿈꾸며 김지국 교장선생님과 심준희선생님이 마을교육공동체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학교가 중심이 되어 동구지역에서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 문화예술, 교육단체가 몇 차례에 걸쳐 논의와 공부를 통해 마을학교의 모델을 시도하고 있었다. 마을에는 극장이 있고, 책방이 있고, 도서관, 복지관, 시장, 가게, 주민들이 있으니 이 보다 좋은 학교가 또 어디 있겠는가.

얼마 전 학교에서 준비한 '서흥 행복공동체 마을축제'에서는 마을극장을 꿈꾸는 미림극장에서 아이들 위한 영화상영회가 있었고, 학교 앞 현대시장주차장에서는 학부모, 시장상인, 선생님, 마을주민이 함께 다양한 체험부스, 먹거리 장터, 나눔마당까지 펼쳤다. 말 그대로 모두가 행복한 '행복공동체 마을축제'가 펼쳐진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가 주체가 되어 지역(마을)공동체와 협력하여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을 잘 활용한 교육, 이것이 민·학의 협치가 아닐까 한다.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역할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관(官)이 할 일, 민(民)이 할 일, 학(學)이 할 일이 있다.

서흥초등학교와 부광여고 선생님들처럼 아이들 참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진 선생님이 계시기에 학교가 그 뜻을 펼칠 수 있게 인적·물적 지원을 해주니 아이들이 즐거운 것이다. 혁신학교처럼 학교가 문을 열고 마을로 다가오니 자연스럽게 마을이 학교에 협력하며 함께 나가게 되는 것이다. 협력과 협치는 돈과 권력이 앞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각자의 분야에 필요한 지원과 협력의 체계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민·관·학 협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지원과 무한한 응원이 필요하다.

/권은숙 생활문화공간 달이네 대표·요일가게 나비날다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