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하늘로 향하는 탑에는 인간의 기원과 욕망이 담긴다. 구약성서 창세기 11장에 바벨탑이 등장한다.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 노아의 후손들은 다시 도시를 건설하며 하늘에 닿도록 높은 탑을 세우려 든다. 자기들의 이름을 떨치고 홍수와 같은 심판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오만함을 괘심하게 여긴 야훼는 인간들이 하는 말이 서로 통하지 않게 해 공사를 중단시킨다. 바벨 또는 바빌론이라는 지명도 '그가 말을 혼잡하게 하셨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불탑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려 시작됐다. 탑이라는 말도 고대 인도어 '스투파'의 한문 음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4세기 후반부터 불탑이 세워져 현재 조사된 것만도 1000기 이상을 헤아린다. 19세기 나폴레옹이 이집트에서 전리품으로 챙겨 온 오벨리스크는 고대 이집트의 태양 숭배 탑이었다. 이슬람 모스크들에 우뚝 솟은 첨탑(미나레트)의 수는 그 모스크의 권세를 상징한다. 오스만투르크의 술탄 아흐메드가 세운 블루모스크(이스탄불)는 6개의 첨탑을 거느린다. 170m 높이의 주체사상탑(1982년, 평양)은 특정 이념을 섬기기 위한 특이한 탑이다.

▶파리의 에펠탑은 종교가 아닌 세속적 탑의 효시라고 할 것이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에 맞춰 세워진 이후 프랑스와 파리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 후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서로 키재기를 하며 마천루나 시티타워들을 지어나갔다.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나 도쿄타워, 시드니타워, 도나우타워(빈) 등이다. 국내에서는 부산 용두산공원에 세워진 부산타워(1973년)가 그 시절 관광명소가 됐다. 전파송출이 주목적이었지만 불국사 다보탑의 보개를 본 떠 만든 전망대가 인기였다. 10여년 전 부산시는 부산타워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시 지으려 했다. 그러나 애환을 같이해 왔던 부산시민들이 반대해 백지화됐다.

▶지난주 인천 청라국제도시 호수공원에서 '청라시티타워' 기공식이 열렸다. 이미 2006년에 건립계획이 섰으나 우여곡절 끝에 13년만에 첫삽을 뜬 것이다.

청라 호수공원 가운데 지하2층, 지상 28층, 높이 448m 규모로 2023년 준공 예정이다. 국내 최고 높이, 세계에서는 여섯번째로 높은 전망타워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날씨 좋으면 북한 개성까지 조망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448m 상공까지 드론을 띄워 장차 청라시티타워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를 시민들에게 실감나게 시연했다. 기공식도 볼 만 했다니 청라시티타워가 인천의 자랑거리가 될 날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