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화 경기 중부취재본부 부국장

 

안양천은 안양 도심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흐른다. 안양 구간에서 학의천과 수암천, 삼성천, 삼봉천, 삼막천을 지천으로 거느린다. 안양천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이다. 특히 비산동에서 안양천과 만나는 학의천은 한국의 100대 아름다운 길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산수가 수려한 곳이면 '○○팔경' '○○구곡'이라고 부른다. 포천 영평팔경과 여주 금사팔경, 남양주 수동팔경처럼 경기도에 있는 옛 '팔경'이 으뜸이었다. 자연 산수에 철학적 사유를 더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합일을 추구한 옛 선인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현대에는 자연경관을 넘어서 도시경관의 이미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왜 꼭 경(景)을 팔경(八景)으로 한정하고 팔(八)이라는 숫자를 택했을까? 동양의 수치는 단순히 자연수를 셈하는 단위가 아니라 삼라만상의 대응이나 조화의 원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하늘은 칠이요, 땅은 팔이다(天七地八)', '지리이팔제(地理以八制)'라고 하는데, 팔경의 '8'이라는 수는 땅을 의미하는 동시에 땅의 속성을 함께 드러내는 숫자라는 것이다. 즉 팔경은 주역에서 말하는 우주의 현상과 자연의 이치를 나타내는 기본 원리를 담은 숫자인 '8'을 자연에 적용한 전통적인 표현방식이었다.

경기도내 자치단체는 지역별 팔경을 지정해 두고 있다. 가평·과천·광명·광주·군포·김포·남양주·수원·안양·양평·여주·용인·파주·포천·화성 등이 팔경을, 성남·안산·이천 등이 구경을 두고 있다. 경기경관은 문인과 예술가·정치가 등 뭇 사람이 삶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꿈을 키워 나가는 터전이었다. 여기에 장자 사상인 소요유(逍搖遊, 마음 가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노닐 듯 살아감)의 기본철학이 있다.

안양팔경은 ▲관악산 망해암 일몰 ▲삼막사 남녀근석 ▲중앙공원 ▲삼막천 만안교 ▲수리산 최경환 성지 ▲안양예술공원 ▲병목안 산림욕장 석탑 ▲안양1번가다.

안양팔경은 안양시가 2003년 지정했는데, 최근 생태하천 안양천을 팔경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최병일 안양시의원은 "안양천은 안양의 상징이자 젖줄인 만큼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안양팔경에 안양천을 포함하든지 안양구경으로 지정하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양천은 안양의 이름을 빛내고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으뜸이 될 만한 경관이다. 하천 이름이 말해주듯 '안양'의 중심부를 흐르며 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공간구조 요소다. 서울까지 13.04㎞에 이르는 도심 하천이다. 산업화 시대에 수질오염으로 생태계가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다. 안양시는 2001년 안양천살리기 종합계획을 수립해 2014년까지 수암천 등 지천까지 정비를 마쳤다. 그 결과, 수질개선과 생태복원을 이뤄내 도심 하천에서는 보기 드문 2급수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것이다.

오늘날 팔경은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공간이다.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관광과 휴양의 자원이다. 또 팔경제도는 도시경관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기에 안양천을 팔경에 포함하자는 의견에 공감한다. 시민의 뜻과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겠다. 팔경이라는 전통적 표현방식을 차용, 안양천을 삶과 문화가 묻어난 도심 힐링 공간으로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정하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