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이라 하기엔 너무나 낯선 표지판

 

비행기 이착륙할 정도 모래층 가진 사곶해변 '차량출입 통제'
콩돌해안 '떠내려온 기름 찌꺼기 주의' 안내에 이어 옹벽 붕괴
국가지질공원 인증 무색 … 연화리 무궁화 천연기념물 해제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인천 백령도 해안 유산들이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천연비행장' 사곶해변(사곶사빈)은 발이 빠질 정도로 모래층이 약해졌고, 콩돌해안은 돌들이 유실될 뿐 아니라 퇴적층에 변화가 생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화리 무궁화마저 고사해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면서 백령도 자연유산의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지난 9일 오전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사곶해변.

비행기가 이착륙할 정도로 모래층이 단단해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사곶해변 입구에는 '모래 유실 및 훼손 방지를 위해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모래사장으로 들어서자 자국이 선명할 정도로 발이 빠지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당시 비상 활주로로 쓰이고, 국제민간항공기구에도 등록됐다는 홍보 문구가 무색했다.

이어 방문한 천연기념물 제392호 백령면 남포리 콩돌해안(콩돌해빈)에도 또 하나의 안내문이 붙었다.

'바다에서 떠내려온 기름 찌꺼기를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콩돌해안을 따라 세워진 옹벽은 지난여름 태풍으로 붕괴된 상태였다.

갖가지 색깔의 콩알 모양 자갈들로 이뤄진 콩돌해안 한쪽으로는 흙과 뒤섞인 퇴적층도 생겼다.

이날 현장을 함께 찾은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해안 일부에 개펄층이 생겼고, 순비기나무 뿌리가 드러날 정도로 콩돌이 유실되는 현상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사곶해변과 콩돌해안은 진촌리 현무암 분포지와 함께 지난 199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들을 포함한 백령도·대청도 지질 명소 10곳은 지난 6월 국가지질공원들로도 인증됐다.

학술적 가치와 수려한 경관을 높게 평가받았지만, 사후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백령도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이 모두 5곳 지정돼 있었다. 인천 전체 천연기념물 13곳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이다.

백령도 천연기념물 중 하나였던 연화리 무궁화는 고사하면서 지난 1일 해제 고시되는 운명을 맞았다.

장 위원장은 "지질유산 훼손은 학술적·경관적 가치 상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관리 소홀로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된 연화리 무궁화 사례가 재현되지 않도록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와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