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단 노동자의 삶' 학술회의서 주민 생활 보여주는 전시 방식 제언
▲ 21일 연수구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인천공단 노동자의 삶 학술회의'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의 산업시설들을 문화자산으로 보존·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동일방직'처럼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온 산업시설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자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21일 인천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린 '인천공단 노동자의 삶-세상에 말을 걸다' 학술회의에서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는 인천 노동유산의 의미를 강조하며 "인천 유산들을 보존하려면 지역민과 외부인들까지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확장적인 활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이사는 인천 산업시설의 역사성을 주민들의 이야기로 전하는 '에코뮤지엄' 방식을 제안했다. 에코뮤지엄(eco museum·생태박물관)은 수집 물품을 전시하는 전통적인 박물관과 달리 공간을 중심으로 거주민 생활방식 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전시 형태를 가리킨다.

김 이사는 "인천의 산업시설 인근은 일제강점기 식민공장 노동자 거주지를 시작으로, 산업의 발전·쇠퇴를 거쳐 주로 노인들이 남은 주거지로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지금도 누군가의 삶의 공간인 만큼 주민이 함께 숨쉴 수 있는 보존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발제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안정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인천노동자들의 삶의 흔적'에 초점을 맞춰 노동유산을 기록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2017년 진행한 '인천 공단과 노동자의 생활문화' 학술조사 과정을 보여주며 노동자들이 보여준 삶 자체만으로 커다란 문화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학예사는 "인천은 근대 노동이 태동하고 발전한 지역인 만큼, 지역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한국사 전체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며 "박물관 조사 과정에서도 노동자 개개인에게 집중하고 이를 통해 노동의 의미에 대해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도 '동일방직' 사례를 예로 들며 지역 노동유산의 의미를 강조했다. 허 부시장은 "인천의 의미있는 노동유산들이 사라지는 것에 아쉬움이 크다"며 "시가 동일방직과 같은 시설들을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함께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인천공단 노동자의 삶-세상에 말을 걸다' 학술회의는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메이드 인 인천-굴뚝에서 핀 잿빛 꽃' 특별전시회와 연계된 행사다. 인천노동정치포럼,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인천민주화운동센터,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주최·주관했다.

발제·토론자로 이재성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연구교수,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안정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이형진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위원장, 윤선영 가톨릭대 교수, 김정아 부평역사박물관 팀장 등이 참여해, 인천 지역 노동사의 중요성을 각자의 관점으로 제시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