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루브르 및 퐁피두 미술관과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오르세는 세계적으로도 관람객이 많은 미술관일 것이다. 파리 특파원 시절에는 지금의 오르세 미술관 건물은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계기로 건축된 철도역이 폐기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1981년 미테랑 대통령 때 초만원이 된 루브르 박물관에서 19세기 이후(1848~1914)의 근대 미술작품을 오르세로 이전하고 1986년 1월에 개관했다.

▶개관 직후 미술관을 관람한 소감은 감동 그 자체였다. 평소 보고싶었던 근대미술의 대표작품들이 모두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서양화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장 프랑수와 밀레의 '만종'과 '이삭줍기'부터 인상파 화가 마네, 모네, 피사로, 르누아르, 드가의 작품들을 위시하여 반 고흐의 작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뉴욕과 런던으로 분산 이동하기 전까지 파리가 세계 미술의 센터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오르세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개인수집가들이나 작가가 직접 기증한 것들이 많다. 구하기 힘든 반 고흐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고흐가 자살하기 전 돌보아 주었던 가세트 박사의 기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술관 입구에 기라성 같은 기증자들의 명단을 보면 값비싼 예술작품을 미술관에 기증함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뜻에 머리가 숙여진다.

▶지난 9월초부터 오르세 미술관의 인상파 갤러리에는 구스타브 카유보트(1846~1894)의 작품 5점이 새로 전시되기 시작했다. 큰 재산을 상속받은 카유보트는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고 작품도 사주면서 그들을 도왔다. 세상을 떠나면서 생전에 수집했던 67점을 국가에 기증했던 그의 작품은 근년에 인기가 오르면서 크리스티 경매에서 2000만유로(26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번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새로 선보이고 있는 카유보트의 작품 주인은 일생 화가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던 도렐의 손녀였다. 평생을 절약하며 검소하게 살던 마리-잔느 도넬은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나기 전 소장하고 있던 카유보트의 작품들을 오르세 미술관에 기증하고, 살던 아파트와 예금은 젊은이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오터이재단에 기증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오르세 미술관의 실비 파트리 수석 학예관은 일생 중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라고 했다. 많은 화상들이 팔라고해도 끝까지 작품들을 지키다가 국가에 기증하는 도넬 여사의 신념이 오르세 미술관을 더욱 아름답고 품위 있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