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전 해외활동 제약 완화에 주력, "정책적 융통성 필요"

방탄소년단이 군대를 가야 하는가? 아니면 병역 혜택을 주어야 하는가?

이 해묵은 논란을 해결할 만한 묘수를 정부가 찾고자 했지만, 일단 이런 한류스타들한테 대체복무 혜택을 주지 않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렇다고 썩 고민의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병역의 의무는 지게 하되, 해외활동 제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 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만 25~27세 병역미필자는 1회에 6개월 이내, 통틀어 2년 동안 외국 여행을 할 수 있다. 허가 횟수는 5회까지다.

정부에서는 이런 제한 규정으로 군 미필 상태의 K팝 스타들이 해외 활동에 겪는 제약을 덜어주기 위해 별도의 개선방안을 논의해 왔다.

'월드스타' 지위에 올라선 K팝 가수들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며 사실상 국위 선양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는 만큼, 입대 전까지는 조금 더 자유로운 해외 활동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문체부 출입 기자단과 만나 "연예인은 군 미필로 25세를 넘기면 해외여행에 제약이 컸는데 문체부 장관이 추천하면 해외공연에 제약이 없도록 유연하게 해주는 쪽으로 (다른 부처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지난 4월 미국 CBS 인터뷰에서 군 복무에 대해 "우리는 언젠가 (국가의) 부름을 받으면 달려가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대중음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병역 면제냐 아니냐에 논의 초점을 맞추기보다, 국외여행 허가제 개선 등 산업 특성에 맞는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병역면탈 의도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해외 활동이 한창일 때 입대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정책적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특성상 입대가 임박한 멤버가 있다면 전체 팀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관계자는 "그룹은 각자 포지션이 있고 팀의 특성이 있는데, 현행 규정으로는 해외 활동에 제약이 없다고 하는 것은 연예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K팝 스타들은 대규모 해외투어가 보편화하다시피 했는데 출국 때마다 단수여권을 발급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입대가 가까운 멤버가 있는 보이그룹은 해외 활동 계획을 조절하는 데 고심하기도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해외 투어를 하려면 전세계 공연장을 대관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을 타이트하게 잡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통 아이돌 시스템이 7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19·20세 정도에 계약을 하면 (입대 연령) 27세와 맞물리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활동하기가 어려운 구조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유승준 사건 등을 경험하면서 병역문제에 대한 대중의 여론이 극도로 민감해졌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기류도 있다. 문체부 장관의 추천을 통한 허가 등이 거론되는 것도 형평성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현재 논의되는 개선 방안은 입대 전 활동 제약 완화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군복무 기간 해당 스타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토론은 없는 실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