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중 한 곳인 미국의 램리서치가 선택한 곳은 결국 용인시였다.


중국 태생의 미국인 데이비드 K. 램이 1980년 창업한 램리서치는 반도체 식각 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에 불필요한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회로 패턴을 만드는 식각장비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연매출이 96억달러에 달한다.


램리서치가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기업의 핵심인 R&D를 한국에 두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 배경에는 국내 반도체 시장이 램리서치에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16개국에 약 50개 사업장을 두고 있는 램리서치이지만 연매출 가운데 약 4분의 1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

또 램리서치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R&D 센터 이전을 꾸준히 요청했고 우리나라가 계속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있다.


이를 반증하듯 램리서치는 1991년 성남 판교에 한국지사인 램리서치 코리아를 세운 데 이어 2011년 오산에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설립, 국내에서 장비 제작을 시작했다. 설립 8년 만에 5000호기 출하를 달성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재 램리서치 코리아에는 약 1000명이 근무하고 있고, 이중 70% 이상이 반도체 기술 인력인 것으로 알렸다.


이번 R&D센터 설립은 제조·유통 인프라를 넘어 장비 제조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국내에 갖춰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은 국내 소자업체 공정 개발 인력이 램리서치 미국 본사로 가서 연구 방향과 결과를 논의해야 했다. 이제 고객사와 램리서치 간 밀착 협력으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이면서 '맞춤형' 장비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팀 아처 램리서치 CEO는 지난 9월 27일 경기도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 당시 "MOU 체결은 전 세계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연구시설과 고객, 공급업체 간의 지리적 거리가 좁혀져 램의 학습 주기를 단축하고 고객에게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도 이 맥락이다.


하지만 램리서치는 도와 MOU 체결 때 초기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을뿐 R&D센터 후보지와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도내 고양시를 비롯한 수원, 용인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누리기 위해 세제 혜택과 토지 조성 원가 이하 공급 등을 내놓으며 유치 경쟁을 벌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램리서치가 도에 전한 투자계획에 따라 최소 최소 3000평 규모(약 9900㎡) 부지를 필요로 하다는 점과 고객사 근접 지역에 R&D센터 설립을 우선 시하는 점을 들어 삼성전자(기흥·화성·평택), SK하이닉스(이천·청주·용인)와 인접 지역이 최종 센터지로 결론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램리서치가 선택한 곳은 기흥의 삼성전자와 용인의 SK하이닉스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용인 기흥구다.


용인시는 인천, 경기도 내 지자체들과 치열한 유치전 끝에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의 연구센터를 유치하게 된 것을 환영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