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너 어디있었니?] 46.산수 傘壽
[한자 너 어디있었니?] 46.산수 傘壽
  • 여승철
  • 승인 2019.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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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팔순 … 우리말 나이 쓰자

 

▲ 선비(人)는 마음을 다해(十) 사람들(人人人人)을 감싸준다. 우산(傘산)처럼. / 그림=소헌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가을비는 장인의 나룻 밑에서도 긋는다’고 하였다. 가을에 내리는 비는 잠깐 내리다가 말기 때문에 장인어르신의 턱수염 아래에서도 피할 수 있다는 속담이다. 또 한편으로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잔걱정들은 그만큼 오래 가지 않으므로 걱정할 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휴일에는 다른 때와 달리 꽤나 많은 비가 내렸다. 거리의 연인들은 어깨에 큰 우산을 걸쳐 놓았는데도 빗물을 다 받아내지 못할 정도다. 필자도 우산雨傘을 챙겨 든 후 팔순잔치에 다녀왔다. 초고령화사회를 목전目前에 둔 우리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예순 한 살을 이르는 환갑연還甲宴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산수유감(傘壽有感) 80세를 ‘산수傘壽’라고 표현하는 것이 유감이다. 傘(산)에서 八(8)과 十(10)을 가져와 ‘80’이라고 쓰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傘에서는 알기 어렵고 그나마 仐(산)에서 그 의미가 나타난다.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온 말 산수傘壽를 쓰기 보다는 우리민족이 오래도록 사용해온 우리말 八旬(팔순)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傘 산 [우산 / 일산(日傘)] 
①덕이 있는 사람(人)은 마음을 다해(十) 사람들을(人+人+人+人) 감싸준다. “내가 우산처럼 비를 막고 햇빛을 가려줄게.”

②傘의 약자는 仐(산)인데, 마치 우산살을 모두 떼어 내 덮개(人)와 손잡이(十)만 남은 모습이다.


 壽 수 [목숨 / 수명 / 장수하다] 
①선비(士사)는 한(一일) 평생 장인(工공)처럼 공부하며 일관되게(一일)  바른말(口구)을 하며 그에 대한 행동(寸촌)이 따라야 한다. 寸(마디 촌)은 사람의 손을 뜻한다.

②壽는 본래 숙련된 노인(老로)이 손(寸촌)에 농기구(工공)를 들고 밭(口)을 가는 모습에서 왔다.

③壽를 간략하게 쓰면 寿(수)다. 인생의 풍채(丰풍)가 묻어나는 노인의 거친 손(寸촌)으로 표현된다.

 

  졸수卒壽는 ‘90세’를 의미한다? 卒의 약자인 卆(졸)에서 九(9)와 十(10)을 가져왔는데, 아마도 어르신들이 이 뜻을 안다면 잔치상을 내동댕이칠 것이다. 卆은 卒(졸)을 간략하게 쓴 약자다. 전쟁에 나간 병졸兵卒은 십중팔구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열(十) 명 중에서 아홉(九) 명이나 죽는 군사들. 그래서 卒에는 ‘마치다’ 또는 ‘죽다’라는 뜻이 붙게 되었다. 卆(卒졸)은 죽음을 뜻한다. “이제 그만 생을 마치세요!” 하는 것이다.


  卒壽(졸수)는 이런 뜻도 모르고 사용한 일본으로부터 무작정 들어온 단어로서 당연히 더 이상 써서는 안 되겠다. 더 한심한 경우는 拙壽(졸수)라고 쓰는 경우다. 拙(졸)은 졸렬하고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아니, 그런 사람을 어쩌란 말인가?


 ‘100세 시대’를 맞아 다음과 같은 일본식 용어는 남용하지 말자. 米壽(미수) 88세, 白壽(백수) 99세 등이 그것이다.  그냥 旬(열흘 순)을 넣어서 六旬(60세) 七旬(70세) 八旬(80세) 九旬(90세) 百世(100세)라고 쉽게 쓰자. 친일청산 별거 아니다. 언어부터 되돌리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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