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올해 인천을 뜨겁게 달군 이슈로 '인천e음'을 거론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에 관한 비판과 우려도 많이 제기되었던 반면에, 부산을 비롯한 국내 도시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인천을 찾았다. 아마도, 인천시의 특정 정책 중에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인천e음'이 처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비판과 관심은 인천의 지역화폐를 더 발전시키는 토대로 작용함에 틀림없다.
단, 중요한 것은 성과에 대한 팩트체크다. 이는 앞으로의 정책 동력을 마련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인천e음은 올 9월 말 기준으로 결제횟수가 4500만 건, 발행액은 9823억원으로 지역내 총생산의 1.1%에 달했다. 발행액으로 보면 국내 지자체 중에서 최대 규모이다. 그래서인지 지역화폐의 나라 일본의 지역화폐 플래너들이 인천을 직접 찾을 정도로 그 역동적인 성장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인천e음의 성과는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역 내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인천 밖에서의 소비가 줄고, 경기도와 서울 등지에서 약 74억원의 소비가 유입됐다.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나타난 이른바 '역류 현상', 즉 중심도시에 가깝다보니 인천 시민의 소득이 그곳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완화됐다. 한계소비성향도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까지 올라갔다. 가계 총소득이 100만원 늘어났다면 작년에는 90만원을, 올해는 96만원 이상을 소비로 지출했다는 의미다.
또 시민들이 인천e음 사용을 통해 확보한 캐시백의 81%가 다시 인천에서 소비되었는데, 그 액수는 45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역 내 수요를 추가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둘째, 인천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가 크게 개선됐다. 체감경기지수(BSI)는 올 4월의 67.1에서 지난 9월에는 무려 80.4로 늘어났다. 전국과 비교해봐도 6.6이나 높은 수준이다. 지금껏 제대로 개선된 적이 없었던 인천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가 인천e음 이후에 좋아졌다는 점, 또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를 개선시켜줄 여타 지역경제적 요인이 딱히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인천e음의 성과다.

셋째, 실제로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늘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작년 6월 111.8에서 올 6월에 112.7로 증가한 데 비해, 대형소매점 판매액 지수는 92.2에서 83.1로 무려 9.15가 줄어들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인천 내 매출 감소에도 소매점 매출은 증가했다. 예를 들어 인천 슈퍼마켓의 경우, 인천e음이 거래되는 유일한 품목인 공산품의 매출만 작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넷째, 부가가치세 세수가 파격적으로 늘어났다. 작년에 비해 744억원이나 늘었다. 3.6%나 증가했다.
올 하반기까지 고려하면 세수는 약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e음이 영세 소매업에서 가장 많이 결제되었고, 이 업종에서 매출과 체감경기가 개선되었으며, 시민들의 한계소비성향이 크게 증대했다.
또 소매업 이외의 업종에서 경기를 자극할만한 요인이 없었으며, 나아가 지금껏 이 정도 수준의 세수 증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중층적으로 고려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의 증거인 인천의 부가가치세 증대는 결국 인천e음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간주되어야 한다. 게다가 지역화폐 1조원의 발행 비용은 캐시백으로 충당된 600억원인데 올 6월까지의 세수는 이를 크게 상회한다. 이른바 '가성비'가 높은 정책이다. 토목 공사형 경기 진작책이 이 정도의 세수 증대 효과를 담보했을 리 만무하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지역화폐는 시민의 자율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정책이자 운동이다. '지역을 위하는'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 정책이 시민과 함께 기획되고 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예산상의 이유로 인천e음의 캐시백 요율을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소통도 없이 급강하시킨 것은 지역화폐가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화폐'라는 본질을 훼손하는 것임에 다름없다. 인천e음의 '시민적 업그레이드'는 연착륙을 담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