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청소년들의 삶 달라지길

지난 11월2일, 1999년의 청소년과 2019년의 청소년이 만났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문화제를 준비한 청소년들은 '세월호와 인현동이 닮았다'고 말했다.

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사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두 사건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또 닮은 것이 있다.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도, 인현동 화재 사건 희생자 부모님도 '부모가 못나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부모의 잘못도, 학생의 잘못도 아닌데 여전히 그분들은 풀리지 않는 의문 속에 살고 계신다.

그리고 1999년이라는, 2014년이라는 멈춘 현재를 살고 있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 활동가로부터 '인현동 생명포럼'에 함께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기꺼이 하겠다고 답했다.

그해 4월 세월호 가족들의 연극공연이 인현동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있었다.

공연 소감을 나누는데 한 청년의 "이곳이 바로 인현동 화재사건으로 인해 생긴 청소년 공간입니다"라는 발언을 듣고 '잊고 있었구나'라며 반성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포럼 당일 "그동안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쓴소리에 정치 초년생으로서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짧은 생각이 반성으로 바뀌는 데는 채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추모 공간 재조성과 기록 작업의 요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인현동 포럼 발제를 고민하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당시와 지금의 청소년단체 활동가, 그때 간호사였던 시민과 고등학생이었던 청년들. 각자의 가슴 한편에 깊이 묻어 두었던 참사의 아픈 기억들을 꺼내 놓으셨다.

인현동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모였고, 지역 언론도 관심을 가졌다.

처음으로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까지 참여한 20주기 추모제도 치렀다.

그렇기에 인현동 화재 참사가 재조명되리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또한 그 과정이 추모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 삶이 더 존중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청소년들은 이미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청소년 분야 제안 중에는 청소년 당사자 인권강사 양성사업이 있다.

인천시교육청 정책버스킹을 통해서도 학생들은 의견을 냈다.

교육청의 학생 청소년 인권실태조사 연구에서 '학생은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각에 따라야 한다'는 질문에 초등학생 7.6%, 중학생 8.6% 고등학생 4.7%만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청소년들의 권리의식은 높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소년 정책의 미흡한 점이 드러나고 있다.

청소년활동진흥법은 읍·면·동에 청소년문화의 집을 1개소 이상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의무규정으로 법제화했다.

인천시 전체 152개동에 청소년 문화의 집이 모두 설치돼야 하지만, 단 6곳만이 있을 뿐이다.

법 위반이다.

왜 청소년을 위한 의무규정은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투표권이 없어서인가.

몇 년 전 '깔창 생리대' 보도가 있었다.

그럼에도 2020년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예산은 2억여 원이 감액됐다.

'낙인 효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바우처 방식으로 바뀌었으나 신청률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청률을 높이려면 보편적 복지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서울과 광주 등 지자체에서 청소년기본권과 여성건강권 차원에서 생리용품 보편 지급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정치권은 2020년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청소년들의 현재를 바꾸는 정책을 펼쳐야 할 의무가 정치권에 있다.

미국의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다큐멘터리 '나는 반대한다'에서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여성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이 내년 총선에서 더 많이 치워질 수 있도록 노력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