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못하겠다" 입 모아
그나마 다행인 건 '주거지역 부적합' 판정
▲ 쇳가루와 비산먼지 등으로 피해를 호소해 온 인천 서구 사월마을에 대한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발표된 19일 오후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어민들이 게를 잡아 팔던 이곳이 매립이 되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사람 잡는 곳'이 돼 버렸습니다."

19일 인천 서구 사월마을에서 만난 이춘순(83)씨는 '마을 주변 공장에서 배출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병 간 역학적 관련성이 없다'는 사월마을 주민건강영향 조사 결과를 듣고 허망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30여년 넘게 마을에 살고 있다는 이씨는 "피부가 짓무르고 목이 잠겨 매일 병원을 찾고 있다. 공장 등 주변 환경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는 순 엉터리"라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중교통이 없는 사월마을이 마을의 모습을 잃어버린 지 20여년이 됐다. 커다란 공장들과 가정집들이 뒤엉켜 마치 공장들 속에 마을이 비집고 들어간 모습이다. 삶의 공간과 공장 사이엔 '울타리' 하나가 쳐져 있을 뿐이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7시 사월마을 내 한 교회에서 "사월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 등 질병은 주변 공장과 역학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월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표준 암 발병률에 비해 높지 않은데다 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유해물질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주민들은 환경부 조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 김모(60)씨는 "환경부에서 건강 조사를 할 때 담당 병원을 2번이나 변경했다. 결국 국가 지정 병원에서 조사를 했는데 신뢰할 수가 없다"며 "내 경우엔 몸에 수은 함량이 높다고 나왔는데 이걸 낮은 수치와 함께 평균을 내서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사월마을이 주거지역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환경부는 주변 공장과 차량들로 인한 주민들의 우울증과 불안증 호소율이 24.4%, 16.3%로 전국 대비 각각 4.3배, 2.9배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 결과 전체 52세대 중 37세대가 3등급 이상으로 부적합해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승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조사는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삶의 질 관점에서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를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인천시와 협의해 주거 환경 개선 등 사후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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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마을 미세먼지, 암 발병과 직접적 인과관계 규정 어렵다" 주민들의 암 집단 발병과 인근 공장 간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받은 전북 익산 장점마을과 달리, 인천 서구 사월마을의 암 집단 발병은 주변 공장들과 역학적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공장에서 나온 유해물질의 발암 여부가 조사 결과를 좌우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19면환경부는 사월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 주변 환경 간 '역학적 관련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19일 밝혔다.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사월마을 주민들의 건강 상태와 암 발생 등 질병의 원인을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