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정책 난맥상의 진단과 처방
[시론] 교육정책 난맥상의 진단과 처방
  • 인천일보
  • 승인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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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권마다 교육정책의 근간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원래 대학자율에 맡겨져 있던 대학입시를 이제는 교육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교육부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표변한다. 그동안 대학에게 압력을 넣어 꾸준히 늘려 왔던 수시입시를 축소하고 정시입시를 확대하려고 한다. 자율형 사립학교를 평가기준 미달로 무더기로 일반고로 전환하려고 하니 줄줄이 소송이 제기됐다. 정부는 아예 자사고와 외고 등의 근거가 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폐지해 이들 학교를 2025년까지 모두 폐지하겠다고 한다. 특히 조국사태를 계기로 갑자기 '공정성'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본래 교육정책은 매우 논쟁적이다. 교육적 가치는 논자에 따라 다양하다. 교육의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수월성도 빼놓을 수 없는 가치이다. 교육의 보편성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다양성도 중요하다. 그래도 역대 정부에서는 어느 한 가치를 다른 가치보다도 중요시 하더라도 다른 가치와 조화를 위해 예외를 인정해 균형을 취하려고 노력해 왔다. 교육의 공정성과 교육의 수월성은 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지식정보사회가 되면서 교육의 수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의 공정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평준화 정책으로 나타났다. 만족하지 못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해외로 탈출해 유학 러시를 이루고, 학교에서 만족하지 못한 것을 사교육이 보충해 왔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평준화에 일정한 예외를 열어둔 것이 외고나 자사고 등이다. 이를 모두 폐지하는 것은 교육의 근본적인 가치인 교육의 다양성과 합치되지 않는다.


헌법은 교육에 대해 몇 가지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다. 교육법정주의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책임성이다. 교육법정주의는 교육의 중요한 사항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여야 간의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의결한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마다 함부로 교육정책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중요한 교육적인 문제는 국회를 패싱하고 대통령과 교육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행령에 맡겨놓고 있다.

특히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입학에 관한 방법과 절차는 전적으로 시행령에 맡겨놓고 있어 정권의 성향에 따라 요동을 치고 있다. 헌법은 모든 중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헌법재판소는 모든 중요한 문제는 시행령 등에 위임하지 말고 국회가 법률로 직접 법률로서 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의회유보의 원칙). 그럼에도 중요한 교육문제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정해지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가 아니라 영치주의(令治主義)가 된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교육문제를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은 교육주체의 자율성 내지 자치를 보장한다. 지역적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 지방교육자치를 보장하고 있으며, 학교마다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학교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대학에 대해서는 학문적 전문성과 자율성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모든 논쟁적인 교육문제를 대통령과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 대학의 자치를 침해한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교육정책이 좌우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도 위반된다. 국가가 교육정책을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여 반헌법적이고, 동시에 교육가치에 반하여 반교육적이다.

역대 정권에서 축적된 교육정책의 모순이 문재인 정부에서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대학입시, 자사고 등의 중요한 교육정책은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교육적 요구가 상반되어 법률로 강요할 수 없는 교육적 가치는 지방교육자치와 대학의 자치,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자치주체가 결정하도록 맡겨 다양한 가치가 병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모든 교육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국가만능주의는 교육의 본질에도 헌법정신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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