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월평균 노동시간 10년새 11.7시간 감소 불구 여전히 많은 편
'주 52시간제' 확대 유예 … 계도기간 탓 실제 근무시간 단축 미지수

 

 

"몸무게 80㎏대 탈환." 회사원 이민우(39)씨가 몇 년째 새해마다 다짐하는 이 계획은 올해도 완수하지 못한 채 내년 과제로 남게 됐다.

결혼 9년 차에 접어든 민우씨는 매년 살이 찌며 총각 시절보다 몸무게가 20㎏ 가까이 불었다.

키가 170㎝ 중반인 걸 고려하면 과체중이다.

"조금만 더 먹으면 세 자릿수 진입도 금방이다"라고 본인이 우스갯소리로 얘기할 정도로 체중 증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 헬스장 부평에만 77곳. 부평산단에선 찾기 힘들어

민우씨 가족들은 그가 번번이 체중 감량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의지박약'을 꼽는다.

불규칙한 식습관에 운동까지 안 하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런 잔소리를 마주할 때마다 민우씨는 "야근에 회식까지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냐. 연예인들처럼 운동할 시간만 있으면 헬스장에 3시간씩 있겠다"고 되레 더 큰소리로 맞서고 있다.

민우씨는 20대 중반에 안산 한 제조업체에 입사한 뒤, 8년 전 부평국가산업단지 A 제조업체로 이직했다. 직급과 연봉을 인상해주겠다는 당시 A 회사 측 제안에 마음이 끌렸다.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동안 저녁도 주말도 없이 일했다. 중소 제조업체 임금 체계상 야근, 특근해야 월급봉투가 두둑해진다"며 "집에서 먹고 자는 게 유일한 휴식이다. 그래도 요즘엔 퇴근 후에 늦게라도 가려고 회사 근처 헬스장을 좀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기준, 부평구에 등록된 체력단련장업은 모두 77곳.

이들 위치를 지도로 확인한 결과, 회사 주변에 헬스장이 없다는 민우씨 얘기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부평산단 내부에는 헬스장이 전혀 없고 주택 단지 접경 지역까지 나가야 했다. 그나마도 2~3곳이 전부인데, 산단 중심부에서 보면 1㎞ 가량 떨어진 거리다.

부평산단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산단 내 헬스장 가뭄 원인에 대해 "일반 사무직들과 달리 산업단지에선 퇴근이 늦는 일이 많고, 더군다나 신체적으로 피로해 일 마치고 헬스장까지 가려는 사람은 드물다"고 전했다.

예전에 몇몇 곳이 영업을 시도했다가 워낙 일대 헬스 수요가 적으니 버티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은 체육시설업종인 당구장은 지식산업센터와 산단 수요 상가에서 십여곳 확인됐다. 회식 후 2차나 3차로 찾는 단골 장소라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 10년새 월 평균 노동시간 11.7시간 감소 … 아직 갈 길 멀다

'워라밸'(일-생활의 균형) 혹은 '저녁 있는 삶'에서 핵심 키워드인 '헬스장'을 부평산단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산단 저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증거다.

민우씨 체중 증가는 가족들 얘기처럼 본인 의지박약 때문도 있겠지만 워낙 긴 노동환경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08년 당시 노동부가 발표한 '지역별 임금근로시간조사 보고서'를 보면 그해 4월 기준, 인천 월평균 노동시간(정상+초과)은 190.8시간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길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같은 맥락으로 내놓는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선 2018년 4월 인천 월평균 노동시간(정상+초과)은 179.1시간이다.

10년 만에 11.7시간 감소했다. <표 참조>

인천은 11.7시간 감소 폭 덕분에 2008년 4위이던 지자체별 노동시간 순위가 2018년에는 네 계단 하락해 8위로 내려갔어도 여전히 중위권이다.

특히, 같은 광역시인 대전의 월평균 170.6시간(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인천 노동자들은 매달 10시간 가까이 더 일하고 있다.

인천이 월평균 노동시간을 10시간 줄이는 데 10년이 걸렸다.

두 지역 간극이 딱 10년인 셈이다.

그런데도 상용월급여액은 대전(318만9820원)이 인천(301만3149원)보다 17만원 정도 더 많은 실정이다.


▲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제동 … 노동계 "제조업 노동자 수난 줄여야"

인천에서 월평균 노동시간이 해마다 꼬박꼬박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179.1시간에서 올해 4월 183시간으로 1년 새 오히려 4시간 증가했다.

내년 1월1일부터 299인 이하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 52시간제가 확대 시행되면 인천 노동시간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인천지역 50~299인 기업은 모두 2210곳으로 해당 종사자만 20만8373명이다.

하지만 지난 18일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50~299인 규모의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하면서 당장 가시적인 노동시간 감소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유예 기간, 그러니까 계도 기간에는 법이 시행돼도 주 52시간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노동계에선 사실상 시행 연장이나 다르지 않다고 반발한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기본금은 적은 대신 야근, 특근 수당을 높게 책정해 노동 강도를 높인 제조업계 임금 생태계에서 지역 산업단지를 필두로 인천 노동자들은 언제나 고된 노동 현장에 있었다"며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주 5일 기준, 하루 최대 10시간 넘게 일하는 구조다. 이게 부족하다는 것 자체가 모진 말이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