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최고 수학자의 취미는 4행시 쓰기
▲ 오마르 하이염 지음, 최인화 옮김, 필요한책, 164쪽, 1만2000원

'로버이'는 페르시아어로 4행시를 뜻한다. '로버이여트'는 로버이의 복수형으로 4행시집이란 의미다.

<로버이여트>의 지은이 오마르 하이염은 1048년 조로아스터교의 주요 중심지 중 하나인 호라산 니셔부르에서 출생했다. 어린시절 이슬람 종교 지도자 및에서 과학, 철학, 수학, 천문학 등을 배웠다. 그는 유클리드 기하학 연구와 2차 방정식과 3차 방정식의 기하학적·대수학적 해법을 마련했고, 그레고리력보다 500년 앞서서 그보다 더 정확한 달력인 잘럴리력을 만든 업적으로 중세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철학자로 더 유명했다.

페르시아 제국 최고의 학자로서 그가 받았던 경의는 당대 최고의 학자들에게 수여되던 '호자톨하크'라는 별칭을 받았다. 1131년 83세로 사망했다.

그런 그가 시인으로서도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영국의 시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그의 4행시들을 모은 <로버이여트>를 캘커타의 친구로부터 받음으로써 이뤄지게 됐다. 페르시아어를 수학했던 피츠제럴드는 오마르 하이염의 시들을 번역하여 <니샤푸르의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라는 제목으로 출간하면서 마크 트웨인, 오 헨리, T. S. 엘리엇, 유진 오닐, 아가사 크리스티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에게 정서적 지침이 됐다.

오마르 하이염의 시들은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그는 숫자를 통해 세계를 해석함에 있어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 봤던 사람다운 개념으로 삶과 세계를 들여다보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 속에 자연스럽게 담기게 된 허무와 탐미주의, 냉소와 페르시아적 신비주의가 섞인 독특한 면모는 시대정신과 절묘하게 부합하며 <로버이여트>는 문학적 신드롬으로 거듭나게 됐다. 그의 시어는 담백하고 간결하며 과도한 수사나 비유가 없다. 일상의 평범한 단어로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 핵심을 찔렀다. 그는 감히 신을 책망하기도 하며 신이 하는 일에 토를 달기까지 한다.

"허물어진 이 구석, 우리가 있고 술과 악사/ 영혼과 마음, 술잔과 탁한 술 가득 주병 있네/ 은총에 대한 희망, 고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흙과 바람, 불과 물로부터 자유로이 있네" ('베' 15쪽)

특히 <로버이여트>에서 빈번히 사용된 어휘가 항아리 또는 옹기, 술과 여인이고 술을 권하는 대목도 유난히 많다. 예나 지금이나 이슬람에서는 술을 금기로 여기기 때문에 그야말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표면적인 시어들만 보고 하이염이 술과 향락을 즐겼고 그런 생활을 권했다기 보다 살아있는 지금 순간을 즐기며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술이라는 어휘를 사용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로버이여트>의 국내 번역판은 모두 피츠제럴드의 영문판 <루바이야트>의 번역이었다.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 <로버이여트>는 오롯이 페르시아어 원전에 기반한 최초의 한국어 번역이다. 특히 한국어 번역뿐만 아니라 <로버이여트>의 페르시아어 원전의 원문 전체를 함께 실음으로써 <로버이여트>의 원전을 함께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