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 별거 있나? '제철음식'이 별미지
▲ 박찬일 지음, 달, 276쪽, 1만4000원


'오늘의 메뉴'를 보고 우리는 기다리던 계절이 왔음을 느낀다. 알맞은 때가 되어 그 메뉴가 식탁에 올라왔다는 뜻이기도 하고, 음식에도 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에겐 계절마다 맛있는 음식이 있고, 우리는 때마다 제철 음식을 몸으로 찾고 마음으로 찾는다.

봄이면 나물을 뜯어 어울리는 요리를 하고, 무더위엔 삼계탕과 같은 보양음식을 찾고, 한겨울이면 횟집에서 방어를 고르곤 한다. 봄에 주말이면 주꾸미를 찾는 사람들로 서해안으로 가는 길은 인산인해다. 더불어 알 품은 주꾸미를 남획해서 어황이 나빠졌다는 공박과, 오래전부터 이어오던 관습이고 어민들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박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철' 음식을 찾는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이 책에서 박찬일 셰프는 27가지의 제철 식재료를 깊이 살펴보는데 '봄날의 맛'으로 미더덕, 멍게, 멸치, 오징어, 산나물을 들었다. '여름날의 맛'으로 가지, 병어, 붕장어, 민어, 뱀장어, 전복을 소개하고 '가을날의 맛'으로 포도, 감자, 메밀, 꽁치, 낙지, 광어, 고등어, 갈치를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겨울날의 맛'으로 딸기, 굴, 꼬막, 참치, 명태, 방어, 돼지 김장, 홍어 등에 대한 맛과 사연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모두 식재료가 나는 현장에 직접 가서 묻고 듣고 취재한 결과물이다. 그의 요리 지식과 더불어 발로 뛰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현지의 지식과 사연들이 있다.

세부적으로 식재료마다 어느 달에 가장 살을 찌우는지, 어떤 방법으로 절정을 맛볼 수 있는지를 재배 과정, 산지의 환경, 보관 방법 등을 통해 풀어놓았다. 흔히 알려진 제철시기와 다소 차이를 보이는 재료들도 있다. 대표적이고 유명한 요리보다는 빼놓으면 정말 아쉬울 '별미'가 따로 있다. 기타 많은 정보들을 묶어 봄날부터 겨울날까지 굵직하게 사계절 맛의 흐름으로 구성해놓았다.

"겨울에 차진 방어 살 몇 점은 생선에 오른 기름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소주라도 한잔 곁들이면 "한 시절 잘 살고 있네"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봄에 조갯국 한 대접을 마시다보면 한숨이 또 나온다. 이걸 천년 동안 먹을 수 없어서 나오는 탄식이다. 달아서 혀가 녹는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면 조갯국을 먹어야지 한다. 가을에 구워 씁쓸한 내장으로 술안주를 하면 그만인 꽁치는 어떤가. 목포까지 가서 먹는 겨울 홍어의 맛은 또 얼마나 쩌릿한가. 우리는 잘 모르고 살았지만, 제철의 순환으로 살찌고 미각을 응원했으며 그 힘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그것이 우주의 일이기도 하다"(에필로그 '제철의 맛' 중에서 272쪽)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