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경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아시아 하늘길 선점을 위한 공항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인천공항은 개항 이래 우리나라의 관문 공항으로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입지를 견고히 다져오고 있다.

작년 인천공항은 국제여객 기준 세계 5위, 국제화물 기준 세계 3위를 차지했다.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순위가 각각 7위와 8위인 점을 비추어 보면 인천공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중국 항공시장이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4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시장이 될 것이라 한다. 중국은 2035년이 되면 교통시장에서 항공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1/3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공항 수를 현재 2배 수준인 45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항공시장의 급성장은 인천공항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할 것이다. 반면 일부 대형 공항들은 결국 국제 항공수요 유치를 통한 허브화 전략을 추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인천공항의 경쟁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9월 단일 터미널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베이징 다싱(大興)공항의 개항이다. 다싱공항은 베이징 시내 중심에서 남쪽으로 44km 떨어진 베이징 다싱구와 허베이성 접경에 위치한다.

다싱공항은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서우두(首都) 공항과 함께 수도권 항공수요를 분담하게 된다. 2025년 7200만명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연간 1억명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싱공항은 가장 최근에 건설된 공항답게 이용객들의 편의성에 집중한 공항 설계와 안면인식 기술과 같은 각종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이용자에게 스마트 트래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다싱공항의 개항은 견고하게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입지를 구축해온 인천공항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 것을 의미한다. 비유하자면 영업이 잘되는 백화점 옆에 규모도 더 크고 더 최신의 시설을 갖춘 백화점이 하나 더 문을 연 셈이다.

미래를 예상하기가 훨씬 어려워진 작금의 환경에서 공항이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찾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이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2023년까지 추진되는 4단계 건설사업이다. 여기에 어떤 콘텐츠를 채울 것인가에 따라 미래 인천공항의 지속가능 경쟁력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공항이나 항만이 출발이나 도착, 환승이나 환적을 위주로 하는 터미널로 개발되던 시기는 지났다. 항만은 이미 배후지역에 전후방 가치사슬을 연계한 항만 클러스터 내지 항만도시로 개발하는 전략이 도입됐다.
공항에도 공항 클러스터나 공항도시(Aeropolis), 나아가 공항 경제권 개발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다싱공항도 인근 국가급 특구로 조정 중인 슝안신구와 연계하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의 대대적 공항 확충에 따라 중국으로의 환승객은 점차 감소할 수 밖에 없고, 또한 단순 환승은 수익의 관점에서도 한계가 있다. 작년 인천공항의 여객 환승률은 11.7%로 5년 전에 비해 7%나 감소했다. 앞으로의 공항 비즈니스 모델은 거쳐가는 공항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여객과 화물이 공항과 배후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해외 이용객들을 위해 엔터테인먼트와 관광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연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 급증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지원을 위한 항공물류 지원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항공기정비(MRO) 단지 조성사업은 성공적인 공항 경제권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중국과 동남아 항공시장의 성장에 따라 항공기 정비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바 우리나라가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선점할 필요가 있다. 항만이나 공항의 허브화 사업은 그 선점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기'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전후방 항공 가치사슬을 연결하여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항 경제권 구축에 범 정부 차원의 관심과 과감한 지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