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화성사건 피의자 이모(56)씨 자백과 8차 사건 무죄를 주장하는 윤모(52)씨의 과거 진술을 분석한 끝에 8차 사건 범인을 이씨로 잠정 결론지었다.


두 명의 진술은 범행 수법과 피해자 모습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경찰은 이씨 자백이 훨씬 구체적이고 현장 상황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사건 수사본부와 윤씨 변호인단 등에 따르면 윤씨는 범행 당시 피해자 박모(당시 13세)양의 집 담벼락을 한 손으로 잡고 발을 올리는 방식으로 넘었다고 과거 경찰에 진술했다. 어린 시절 앓은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윤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담을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윤씨 변호인단은 당시 현장검증 과정 기록이 자세히 남아있지 않지만, 보존된 일부 사진 등을 살펴보면 윤씨가 범행과정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반면 이씨는 9월 경찰에 "대문이 열려 있어 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고 자백했다.

범행 수법도 크게 엇갈린다. 윤씨는 방안에서 자고 있는 박양의 목을 맨손으로 졸라 숨지게 했다는 취지로 과거 경찰에 진술했다. 최근 피해자 목에 난 상처 사진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에 '상처는 맨손이 아닌 천에 의한 쓸림 현상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보냈다. 이 결과는 이씨의 자백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씨는 신고있던 양말을 벗어 손에 착용한 상태로 박양을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또 당시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양의 모습에 대한 묘사도 이씨를 범인으로 특정하는 주요한 근거가 됐다. 박양은 속옷을 뒤집어 입은 상태로 발견됐는데, 윤씨는 "속옷을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후 다시 입혔다"고 했다. 윤씨 진술대로라면 박양은 처음부터 속옷을 뒤집어 입고 자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이씨는 속옷을 완전히 벗긴 채 범행하고, 새 속옷을 다시 입혔다고 했다. 입고 있던 속옷은 주변을 닦은 후 갖고 나와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속옷을 거꾸로 입었을 가능성보다 이씨가 다른 속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뒤집혔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또 이씨는 2차 성징 여부와 머리 길이 등 경찰이 알려주지도 않은 박양의 특징을 거의 맞게 진술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