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챙기려 배운 반찬, 이웃에게도 베풀다
▲ 실버셰프의 푸드나누미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만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홀로 지내는 남성 노인들에게 끼니를 해결하는 일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최영호(78·가명)씨 또한 홀로 살면서 식생활을 해결하는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20년 전 미국에서 사업을 실패한 뒤로 한국에 들어와 경비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주로 식사는 경비업체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때웠고 남은 반찬을 집에 가져와 나머지 끼니를 해결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을 그만두면서 어려워졌다. 최씨는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다가 지속적으로 조리된 반찬을 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복지관 게시판에서 '실버셰프의 푸드나누미' 홍보물을 보게 됐다. 담당 사회복지사로부터 프로그램의 취지를 듣고 스스로 저녁을 차려먹자는 다짐을 한 최씨는 요리활동에 참가하기로 했다. 서툰 요리 솜씨지만 영양사의 지도에 따라 만들다 보니 완성도가 점점 높아졌고 자신감도 얻었다. 그렇게 8회차의 요리활동에 참여한 그는 무려 21가지 종류의 반찬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최근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 직접 조리한 반찬을 저녁상에 차리며 식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그다. 이제는 향상된 요리 실력으로 자신이 만든 음식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처럼 만월종합사회복지관이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실버쉐프의 푸드나누미' 프로그램은 홀몸 남성들의 자립적인 식생활을 위한 역량을 강화시키고 사회참여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영양교육과 요리활동, 푸드나누미 등으로 진행된다. 현재 46세부터 93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 남성들이 참여 중이다. 실제 복지관이 있는 남동구 홀몸 노인 1만2506명 중 남성은 3655명에 달한다.

만월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홀로 지내는 남성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강한 식습관을 도울 수 있는 자립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모금회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요리하는 즐거움과 자신감을 얻고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행복을 동시에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