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훈 용인 축산과 실무관
업무과중해 추석 이후 못 쉬어
24시비상체제로 초소근무까지
"전염병 기승 겨울 다가와 걱정"
▲ 용인시 백암면 한 돼지농가 앞에서 방역활동 점검하고 있는 김호훈(왼쪽) 실무관. /사진제공=용인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후 이를 극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 나라도 있다고 합니다. 구제역이나 AI와 달리 백신 자체가 없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철저히 방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의 한 축산농가에서 수시 방역 차량 점검을 하고 있는 용인시 축산과 김호훈(40) 실무관은 방역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올해로 15년차 공무원인 김씨는 2016년 8월 시 축산과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가축 전염병 방역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를 맡은 첫해 용인지역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터져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고 했다.


"그때 닭 80만마리를 살처분 했었거든요. 살아있는 생명을 그렇게 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농가에선 굉장한 어려움을 겪어요.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게 참 쉽지가 않더라고요."

가축 전염병이 발병하면 축산과 직원들은 업무가 폭증해 이중고를 겪는다. 각종 문의와 민원으로 전화도 빗발친다. 24시간 비상체제가 가동되고 방역, 인력 배치 계획을 세우고 각종 회의 자료를 만드는 것도 해당 부서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씨를 비롯한 축산과 직원들은 추석이 끝나자마자 국내에선 처음으로 ASF가 발병하자 방역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용인시는 현재 ASF 유입 차단을 위해 거점소독시설 3곳을 중심으로 24시간 방역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김씨는 ASF가 발생하고 현재까지 쉬는 날 없이 농장통제초소에서 근무, 피로도가 극도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주말에도 정부 주재로 대책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국·과장을 비롯한 축산과의 모든 직원이 아침부터 출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언제 끝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직원이 돌아가며 투입되고 있어 부담도 크다. 연말이 다가오며 부서마다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예산을 비롯해 각종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초소 근무에 동원되면서 업무 공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더 긴장한다고 설명한다.


"하천변에 있는 오리나 철새 무리도 허투루 보이지 않아요. 구제역, AI 등의 가축 전염병은 겨울에 특히 기승을 부리니까요."

2017~2018년엔 정말 다행스럽게 별일 없이 지나갔지만, 인근 지자체에서 항원이 검출됐다는 소식만 들려도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안성에서 AI 항원이 검출됐다는 소식까지 들려와 더더욱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본인도 주말도 없이 일하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모든 직원이 함께 고생하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단다. 이제 36개월 된 딸과 아내에게 미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이 일을 하지 않을 순 없거든요. 그런 마음으로는 공직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아주 특수한 상황이고 축산 농가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인 방역부터 철저히 해야 하니까요."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순간에도 가족과 함께 해줄 수 없어 마음이 무겁지만, 지금은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호훈 실무관. 김씨의 모습에서 남다른 사명감으로 묵묵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하는 공무원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용인=김종성 기자 jskim@incheonilbo.com